돌담이 아름다운 연꽃마을, 주민들이 힘 합쳐 일구다
돌담이 아름다운 연꽃마을, 주민들이 힘 합쳐 일구다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8.0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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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하가리...마을의 전통과 문화 지키기 위해 한마음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못 전경 <임창덕 기자>

[제주일보=홍성배 기자] ‘돌담이 아름다운 연꽃마을’.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는 연꽃과 돌담, 무지개 학교가 어우러져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여기에다 마을 곳곳에 못과 샘, 전통 초가와 연자매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눈길을 끈다. 이 모든 것은 하가리만의 색깔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의 결과여서 그 빛을 더한다.

하가리는 고려시대부터 화전민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정확한 설촌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중산간임에도 곳곳에 산재한 봉천수 등 지리적 조건이 유랑민이 정착하기에 알맞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애월읍지에 따르면 조선 태종때 고내리에서 분리돼 가락리(加樂里)로 불리다 세종때 윗동네를 상가락(上加樂), 아랫동네를 하가락(下加樂)으로 부르게 됐다.

이후 정조때 상가락을 상가리(上加里), 하가락을 하가리(下加里)로 개칭했다.

무지개색 건물로 유명한 더럭초등학교 운동장 전경 <임창덕 기자>

지금 ‘더럭’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더할 가(加)’의 ‘더’와 ‘즐거울 락(樂)’의 ‘락’을 합해 우리말로 부르다가 음운 변천 과정에서 고정됐다고 한다.

하가리는 제주 이주 열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전형적인 중산간의 작은 집촌 부락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마을 환경과 더럭분교장(현재는 더럭초)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관광 명소로 급부상했다.

탐방객의 발길은 아기자기한 카페의 증가로 연결됐고, 다른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이주 열풍도 거세게 불었다.

장봉길 이장은 “과거 400여 명의 인구가 갑절 늘어난데 이어 현재 공사 중인 타운하우스가 완공되면 1000명을 넘어설 것 같다”며 애월읍에서도 가장 작았던 마을 가운데 하나였던 하가리의 급팽창을 예상했다.

▲아름다운 돌담과 연꽃마을

하가리는 제주를 상징하는 돌담길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을 안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집과 밭이 어우러진 꼬불꼬불 올레길 전체가 모두 돌담으로 둘러쳐져 있다. 취락지의 돌담 길이를 모두 합하면 족히 20㎞는 된다.

이 같은 돌담길은 마을의 소중한 자원을 활용해 자신만의 색깔을 갖자는 주민들 의지의 발로다.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과거의 돌담길은 원형을 보존하고 신·개축 과정에서 시멘트벽으로 바뀐 집 울타리를 허물어 제주 돌담으로 복원하는데 힘을 합쳤다. 큰 길에는 돌 화분도 곳곳에 만들어 멋을 더했다.

돌담길이 돋보이는 마을 경관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하가리에서는 특별한 향약이 없어도, 이주민이 더해져도, 모두의 공감대 속에 이 전통은 굳건하다. 신규 건축허가가 나온 곳에 마을 대표가 찾아가 그 취지를 설명하면 모두가 적극 협조하는 풍토가 조성된 것이다.

돌담길에 화사한 색을 더하는 것이 하가리의 자랑 연화못이다.

1만2210㎡(약 3700평) 규모의 연화못은 제주에서 가장 큰 연못으로, 여름철이면 연분홍색의 연꽃과 수련이 연못 가득히 만개해 장관을 연출한다.

연화못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물이 귀했던 중산간에서 주민들의 혼과 정성, 전설이 깃들어 있다.

고려시대에는 작은 연못이었으나 17세기 중엽에 대대적인 수리공사를 실시해 지금의 식용연이 있는 못은 식수로, 큰 못은 소와 말의 급수 및 빨래터로, 샛통은 나물을 씻는 용도로 썼다고 한다. 1950년 대대적인 제방공사를 실시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행정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연화못에는 육각정이 신축되고 생태관찰로가 갖춰졌는가 하면 화단이 조성되고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주민들은 마을 소유인 연화못의 청정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무지개 학교 ‘더럭초등학교’

연화못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더럭초등학교는 기업과 주민의 관심으로 관광명소이자 학교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경우다.

올해 본교로 승격하기 전까지 분교장이었던 이 작은 학교가 전국구 스타가 된 것은 2012년 삼성전자의 캠페인이 시발점이었다.

삼성전자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색 재현력’을 소개하기 위해 ‘색채 지리학’의 창시자인 세계적인 컬러리스트 장 필립 랑클로(Jean Phlippe Lenclos)와 함께 ‘HD 슈퍼 아몰레드 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서울 동작대교에 이어 더럭분교에서 ‘제주도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색’을 주제로 학교와 주변 경관에 어울리는 무지개 색으로 학교 외관을 꾸몄고, 그 과정이 TV 광고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방문객들이 늘면서 학교에서는 정상적인 수업을 위해 아예 방문객들을 위한 탐방로를 별도로 만들었다.

그러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마을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주민들은 합심해 제주도의 지원을 이끌어냈고 2011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연화주택’이라고 이름 붙인 다가구주택 20가구를 건립해 학령인구 유입에 나섰던 것이다.

▲하가리 주민들의 긍지

하가리는 돌담과 연꽃, 무지개빛 학교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장봉길 이장에게 마을의 자랑거리를 소개해 달라는 주문을 하자 ‘전통초가, 연자마, 샘과 못’이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하가리에는 동지천, 군산이물, 우사지, 동백천 등 4개의 못과 샘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동지천은 제사나 경조사때 이용했던 샘물이고, 군산이물은 생활용수 및 식수로 사용했다. 우사지(쇠죽은못)는 농경시대 추억과 전설이 깃들어 있고, 하가리 제일 명당지에 있는 동백천은 식수 및 우마 급수용으로 이용했던 샘이다.

하가리 연자마는 현존 연자마 중에서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돼 있어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32-1호로 지정됐다.

주민들은 중산간 지역에서 365일 물이 마르지 않아 생계를 유지시켜줬던 이들 샘과 못에 표석을 세우는 것은 물론 조상들의 숨결이 남은 연자마와 전통 초가를 가꾸고 돌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장봉길 이장은 “마을의 세가 본래 약하지만 조상들의 숨결이 담겨있는 문화재와 샘·못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급속한 도시화 과정 속에서 마을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나가는 게 최대 현안”이라고 말했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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