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오는 곳’
‘바람이 불어 오는 곳’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04.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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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중략) 힘겨운 날 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 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 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4·27 남북정상회담이 만들어낸 스타는 단연 제주시 도남동에 사는 열 두살 소년 오연준이다.

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하고 있다. “천상의 목소리…” “꼭 안아주고 싶은 천사…”

오군은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 연회장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가수 고(故)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열창했다.

오군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만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귀를 기울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도 활짝 웃으며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고, “몇살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국내·외 언론들은 노래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기대와 소망이 있는 곳을 말한다며 남북 관계자들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고 썼다.

▲근거없는 얘기지만 모짜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일명 ‘모짜르트 효과’라는게 있었다. 하지만 최근 관심이 높은 ‘음악치료’는 그와 달리 실제로 의학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음악치료는 의학에서 단순히 하나의 증상만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환자들이 정신기능을 향상시켜 보다 나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기 위한 방법 위주의 치료로 사용된다.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로안-케터링 암센터 연구진은 혈액암으로 입원 중인 환자 69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했다.

선호하는 음악 연주를 들은 실험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에 감정을 분석한 결과,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불안증, 우울증 등에서 37% 낮은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킨 환자의 회복기에 음악을 들려주면 심박동수와 호흡수, 산소 요구량을 떨어뜨린 조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남북(南北)의 상흔(傷痕)을 치유하는 데도 음악이 효과가 있을까. 수술 과정이나 수술 후 상태를 유지하는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음악이 단지 듣고 즐기는 기능뿐만 아니라 환자가 오랜 병원 생활과 수술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음악 연주가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10명의 피실험자들에게 음악 반주에 맞추어 드럼을 치게 한 다음, 혈액에서 면역세포 수를 살펴보니 이전에 비해 현격히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으며 연주 중에는 스트레스를 발생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도 억제되었다고 한다.

음악 치료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 몸에 작용하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치료 현장에서 음악은 많이 사용되고 있고 일부 그 효능도 입증되고 있다고 한다.

▲오군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TV로 보다가 다른 두 소년이 생각났다.

한 소년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맑고 고운 목소리로 애국가를 불러 감동을 주었던 열일곱살 소년 테너 임형주군.

2003년 2월이었다. 임군은 그날 이후 어떻게 됐을까.

예원학교 성악과를 수석졸업하고 뉴욕 줄리어드음대 예비학교를 거쳐 피렌체 산펠리체음악원, 빈 프란츠슈베르트음대 그리고 로마시립예술대학 성악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해 세계적인 음악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단다.

그리고 또 한 소년.

TV영상에는 영하 25도의 장마당 한 구석에 쪼그리고 있는 일곱 살 북한 소년이 있었다. 영양결핍으로 네 살짜리 몸집밖에 안 돼 보이는 아이는 동상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빡빡머리 가운데의 동전만한 흉터 두 개는 구걸하다 맞은 상처를 치료하지 못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시청자를 울렸던 북한 ‘꽃제비 소년’이다.

흙범벅이 된 국수가락을 주워먹던 그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TV에는 남북 정상이 활짝 웃고있는데, ‘꽃제비’ 그 소년이 끝내 마음에 걸린다.

언제면 저 북쪽에도 바람이 불어올건가.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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