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문화, 이대로 놔둬선 안된다
자전거 문화, 이대로 놔둬선 안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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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일주도로나 해안도로에 나서보면 봄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관광객들의 자전거 행렬이 주변 풍광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관광객들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도민들도 부쩍 늘었다. 이렇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자전거 교통사고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주지역에서 지난 3년(2015년~2017년) 동안 일어난 자전거 사고는 모두 195건으로,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99명이 다쳤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66건(사망 1명, 부상 66명) 2016년 55건(사망 1명, 부상 59명), 지난해 74건(사망 1명, 부상 73명)의 자전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매년 60명 가량이 자전거 사고로 숨지거나 다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10건의 자전거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다치는 등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자전거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전거 이용인구의 증가세를 기반시설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다.

이러다 보니 많은 자전거 이용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를 주행한다. 자전거 교통사고의 대부분이 자전거가 오토바이나 자동차와 부딪쳐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 교통법규도 미비하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돼 있지만 자전거 이용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거의 없다시피해 자전거 이용자는 도로 주행시 일상적으로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자전거 문화도 문제다. 많은 자전거 애호가들은 해변이나 공원 등의 보행자 겸용 자전거 도로에서 주행을 즐긴다. 자전거와 보행자들이 뒤섞이다 보니 위험스런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보행자를 위협할 정도로 거칠게 달리거나 보행자 틈을 헤집으며 속도 경쟁을 벌이는 라이더들이 숱하다. 자전거 출입이 금지된 산책로를 주행하는 몰염치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치는 사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로 인한 자전거와 행인 갈등은 위험 수위다. 사고 위험 때문에 곳곳에서 다툼이 벌어진다. 자전거 이용자나 보행자 모두에게 불쾌하고 위험한 일상이 돼버렸다.

자전거 인구의 증가는 건강과 교통, 환경의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관련 인프라의 확충과 제도정비,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의식 향상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자전거 타기 붐만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연 자전거는 제주도의 저탄소 녹색성장의 희망인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자전거 타기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는 자전거 타기를 시원하게 권할 수가 없다. 자전거 타기 활성화로 야기되는 부작용과 인명 사고를 줄이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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