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비핵화 선언...제주 '평화의 다리' 놓을 때
종전.비핵화 선언...제주 '평화의 다리' 놓을 때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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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현종 기자] 판문점과 제주는 아픔의 공간이다. 분단과 4‧3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판문점 주변에 유독 다리가 많다. 남북공동경비구역(JSA) 서쪽으로 흐르는 사천에 다리가 있다. 원래 이름은 널문다리였다. 판문점 일대의 옛 지명인 널문리에서 유래했다.

널문다리는 1953년 7월 휴전협정 후 포로교환이 이뤄질 당시 ‘돌아오지 않는 다리’란 새 이름을 얻었다. ‘한번 건너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란 의미를 담고 있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이후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폐쇄됐다.

이 사건 이후 유엔군사령부가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을 구분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JSA 북쪽에 ‘72시간 다리’를 놓았다. 72시간 만에 건설됐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판문점 남쪽에는 포로 교환 때 국군포로 1만2773명이 건넜던 ‘자유의 다리’가 있다. 당시 임진강에 경의선 철교가 상‧하행선 2개였지만 폭격으로 기둥만 남았다. 포로들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서쪽다리 기둥에 철교를 복구하고 나무를 짜 맞춘 임시다리다.

도보다리도 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 지어진 T1~T3 건물과 JSA 남쪽구역에 떨어져 있는 중립국감독위원회 사무실 사이에 놓인 길이 50m 정도의 작은 다리다.

정전협정 체결 때만 해도 다리 아래로 실개천이 흘렀지만 지금은 습지만 남았다.

도보다리는 유엔군사령부가 ‘풋 브리지(Foot Bridge)’로 부르던 것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유엔사 관리시설임을 알리는 푸른색이어서 블루 브리지로도 불린다.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를 걸었다. 단 둘만 대화를 주고받은 끝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탄생했다.

특히 두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한 점은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날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이다.

다리는 나뉘거나 단절된 두 세상을 잇는다. 소통과 연결의 의미를 띠는 이유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제주의 가교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남북을 잇는 ‘평화의 다리’로써 그 동안 중단된 남북교류 재개에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주는 남북교류의 상징성을 띤 곳이기 때문이다.

1999년 시민단체와 감귤생산자단체 주도로 제주의 대표과일인 감귤 100t을 북한에 보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남북협력의 효시였고 남북교류의 상징이었다. 주요 외신들은 ‘비타민C 외교’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2000년에 북한동포 돕기 제주도민운동본부가 결성됐고, 감귤은 매년 북한으로 보내졌다. 당근과 흑돼지, 마늘, 겨울옷, 의약품, 목초 종자, 자전거 등도 남북교류 품목에 합류했다.

그 화답으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4차례에 걸쳐 도민 836명이 북한을 다녀왔다. 2003년에 북한 예술‧체육계 인사 190명이 참가한 남북민족통일 평화체육문화축전이 제주에서 열렸다.

남북협력을 기반으로 제주도는 2005년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됐다. 제주와 북한 교류협력을 위한 중기 마스터플랜이 2006년 마련됐고, 2007년에 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그러다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따른 정부의 5‧24조치로 남북교류가 중단된 상태다.

제주도는 ‘남북 교류협력 5+1 사업’에 선도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남북 교류 5+1 사업은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 재개와 제주~북한 크루즈라인 개설을 통한 동북아시아 평화벨트 조성,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 추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관광절차 간소화와 신변안전 보장 등을 거쳐 한라~백두 교차관광을 추진하고, 제주포럼에 북한 측 인사를 초청해 글로벌 리더들과 함께 평화협력을 논의하는 사업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다 ‘+1’ 사업으로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을 통한 제주도의 분산 자립형 에너지 조성모델을 북한지역에 적용해 전력난을 해소하는 남북 에너지 평화협력이 들어있다.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협의는 이르면 연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북 분단과 4‧3으로 깊은 상흔을 간직한 판문점과 제주가 평화의 가치를 소통하고 연결하는 소중한 가교로 부상하고 있다.

바야흐로 판문점에서 평화의 기운이 발원한 만큼 제주는 이제 남북교류 재개를 통해 한반도와 세계로 연결하는 ‘평화의 다리’를 놓아야 할 때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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