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소비량 증가로 ‘고소득 작물’로 급부상
수요·소비량 증가로 ‘고소득 작물’로 급부상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8.04.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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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과수 재배 확대…수입산에 비해 신선도·맛 경쟁 앞서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지난 100년간 전 세계는 평균적으로 기온이 0.74도 상승한 반면 한반도는 1.7도가 상승해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률에 비해 높게 관측됐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기온 및 강수량의 변화와 함께 홍수, 가뭄, 열파 등의 재해 빈도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태풍의 강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는 기온 상승으로 작물의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편 작물이 적응하는 지역을 바꾸고 잡초와 병충해의 발생량과 종류 변화를 달라지게 하는 등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한반도 기온의 상승으로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이 발생, 봄꽃 개화시기가 빨라지는 등 농작물재배 지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간한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을 보면 사과, 포도, 복숭아 등 주요 과일의 주산지와 북방한계선이 충북, 강원 지역으로 북상했다.

사과의 경우 옛 주산지인 대구를 중심으로 주변지역(경산·영천·경주)의 재배 면적이 줄어든 반면 정선·영월·양구 등 강원 산가 지역에서 재배가 늘어났다.

복숭아 재배 면적은 경기와 충남 지역에서 빠르게 감소한 대신 충북과 강원 지역에서 커지고 있다. 포도 주산지는 경북 김천에서 충북 영동과 강원 영월로, 단감은 경남 김해·창원·밀양에서 경북 포항·영덕·칠곡으로 바뀌었다.

감귤은 제주에 재배가 집중됐으나 2015년에는 전남 고흥과 경남 통영·진주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현재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1세기 후반에 강원 산간을 제외한 남한 지역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농작물 재배지는 더 북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기후변화에 따라 최근 패션프루트, 구아바, 망고 등 아열대 작목의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데 제주와 경북, 경남, 전남 등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제주지역 아열대과수 재배농가는 637곳으로 한 해 조수입이 366억7500만원에 이른다.

제주에서 재배되는 대표적 아열대과수는 키위, 망고, 용과, 아보카도, 구아바, 바나나, 패션프루트, 레드베이베리, 아떼모야, 파파야 등이다.

이들 과수들은 겨울철 온도가 낮은 우리나라의 기후특성상 하우스 재배를 하고 있다.

국내 아열대작물 재배가 늘어나는 것은 우선 관련 수요 및 소비량이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득증가로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동남아 등지에서 아열대작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국내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아열대작물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 새로운 고소득 작물로 인식돼 각 지자체들이 특성화사업으로 아열대작물 육성을 적극 지원하는 점도 재배를 늘게 하는 요인이다. 제주에서 재배되는 망고의 경우 10a당 조수입이 3100만원에 이르는데다 올리브 등의 작물은 6차산업과 연계돼 새로운 소득작물이 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은 2015년 362㏊에서 2017년 428.6㏊로 늘었고, 2020년에는 10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내에서 재배되는 아열대작물도 바나나, 파인애플 등에서 망고, 아보카도, 패션프루트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특히 국내산 아열대작물은 수입산과 비교해 신선도와 맛·품질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 소비자들을 충분히 끌어당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망고는 쉽게 짓물러지는 품종적인 특성상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 수입산은 신선도가 떨어진다. 특히 수입되는 과정에서 식물검역상 75도에서 30분간 증열처리를 한 뒤 2도~영하 4도에서 냉동저장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향기가 없고 과육이 빈번이 붕괴된다. 

바나나의 경우에도 외국산은 덜 성숙한 상태에서 수확해 후숙한다.

하지만 국내선 망고와 바나나는 충분히 과실이 성숙한 뒤에 수확해 맛이 좋고, 농가에서 수확 후에 늦어도 4~5일이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안현주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신선도와 맛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국내산 아열대과일은 약간 비싸도 일단 먹어보면 손이 갈 수 밖에 없다”며 “외국산의 경우 어떤 농약이 사용됐는지 몰라 불안하지만 국내산은 친환경적으로 재배해 믿고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해 아열대과수 재배의 여건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가온을 위한 시설재배가 필요해 연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농촌진흥청은 노지나 무가온 하우스에서 재배가 가능한 작목들을 찾고 있고 겨울철 가온재배가 필요한 경우에도 최소화해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연구들을 하고 있다.

제주에 위치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는 이미 올리브 등이 노지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농가에서 재배하기에는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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