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뭣이 중헌디
일자리, 뭣이 중헌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24 1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논설위원

[제주일보]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표방하는 제주신화월드가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하고 공식 개장했다. 총 고용인원 5000여 명 중 4000여 명을 제주도민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제주신화월드사업이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실 제주지역 관광산업의 고용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4000명이라는 고용 수요는 제주 지역 고용시장을 흔들 정도의 규모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4000명이라는 수치를 해석함에 있어서 유의할 부분이 있다. 정확한 정책 평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인지해야할 사항이기에, 이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제주신화월드가 4000명의 도민을 고용한다고 해서, 제주지역에 4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전 소득(transfer payment)’이라는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이전 소득’은 어떤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 실제는 다른 사람의 비용 이전으로 발생할 때를 이르는 용어이다.

‘이전 소득’의 개념을 적용해 제주신화월드 사업의 효과를 따져보면 제주 신화월드 사업에 따른 이익에는 새로운 관광수요 창출에 따른 이익도 있지만, 경쟁사업체의 이익을 흡수해 발생하는 이익도 포함돼 있다.

좀 더 쉽게 말해서 제주신화월드는 파이를 키우기도 하지만 파이를 나눠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제주신화월드는 지역 내 숙박사업체 등의 경쟁사업체에 손해를 발생시켜 고용을 감소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를 감안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제주신화월드 조성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는 4000명 이하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제주 신화월드에서 채용하는 4000개의 일자리 중 상당 부분은 도민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decent job)’가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란 임금 수준, 고용 안정성 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준에서 봤을 때 제주 신화월드 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상당부분의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고용률이 70%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저 수준의 임금수준, 전국 최고 수준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을 나타내는 제주지역의 고용여건을 감안했을 때 제주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 일자리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제주신화월드의 주 채용 분야인 숙박 및 음식점업은 고용 안정성, 임금 수준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구인난이 심각하게 발생하는 업종으로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는 일자리가 상당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제주신화월드 사업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신화월드 사례를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제주의 고용 정책을 평가함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은 단순 채용 인원이 아니라 ‘이전 소득’을 고려한 ‘좋은 일자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단순히 도민을 4000명 채용하는 사업 보다 제주지역에 좋은 일자리 1000개를 만들 수 있는 사업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 일자리정책 5개년 로드맵’을 통해 발표한 제주형 고용영향평가제도의 활용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고용영향평가방법을 개발·도입하고, 이를 각종 행·재정 인센티브의 지급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통한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단순 투자액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 효과로 설정하는 것이다. 도민들은 ‘총 100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보다는 ‘투자 유치로 좋은 일자리 1000개를 만들게 됐다’는 뉴스를 더 바라지 않을까?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