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못다한 광화문 이야기
4·3, 못다한 광화문 이야기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4.24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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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변경혜 기자]  “4·3문화제인줄 몰랐어. 그래서 많이 축소했대, 해마다 하는 행사라서 전남출신 가수들하고 오래전부터 약속된 거였는데, 취소해야지”

지난 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0주년 제주4·3항쟁 광화문국민문화제 준비가 한창이던 3월말 전남지역 한 일간지 선배가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넌지시 얘기했다. 알아봤더니 4·3국민문화제와 같은 날 광화문광장에서 ‘2018전라남도 귀농귀촌박람회’가 계획돼 있었다. 4월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예정된 박람회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호남지역의 대표축제였다. 게다가 남도지역 특유의 흥이 넘쳐 사물놀이와 함께 지역출신 유명 가수들이 무대에 오를 때면 사람들도 많이 몰린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광화문광장 중앙에 제주4·3국민희생자분향소를 경계로 남쪽광장에선 전남의 박람회가, 북쪽광장에선 제주4·3희생자추모와 문화행사들이 나란히 열리게 된 것이다. 더욱이 광장중앙 대형 4·3분향소에는 3일부터 추모객의 발길이 몰리면서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해마다 그랬듯 ‘흥겨운’ 분위기를 상상하며 박람회를 준비했던 이들 입장에선 좀 애매했을 게다. 대규모 박람회 준비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분명 유쾌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람회 주최측에선 4·3문화제 개최 소식에 행사규모를 축소시켰다. 자발적이었다. 분향소를 찾는 추모객들에 방해되지 않도록 대형스피커의 음향도 줄였다. 4·3국민문화제가 열린 7일 역시 곳곳에서 배려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예상치 못했던 꽃샘추위로 4·3국민문화제 참석자들이 ‘오들오들’ 떨긴 했지만 70주년을 맞은 제주4·3을 알려낸 데에는 5·18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마음도 분명 한몫했을 터. 그날 현장에서 만난 박람회 관계자가 한 말이 또렷하다. “5·18을 얘기하면서 4·3을 모른 체 하면 쓰나, 당연히 그래야지”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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