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생태환경 사라지는 비양도, ‘대책’ 찾아야
고유 생태환경 사라지는 비양도, ‘대책’ 찾아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2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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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비양도가 불안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많은 수의 흑염소가 섬 곳곳을 할퀴었다. 또 소나무의 에이즈라 할 수 있는 재선충병 또한 창궐하고 있다. 이러다 비양도가 말 그대로 황폐화 될 수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우선 비양도 흑염소 문제와 관련, 이곳에 서식중인 흑염소를 매입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보다 못한 제주시가 10년 넘게 사실상 야생화 된 먹성 좋은 염소 떼로 인해 비양도 섬 전체가 초토화되다시피 하자 염소포획에 나섰다.

비양도엔 약 40년 전 농가소득 사업 일환으로 세대 당 2~3마리의 염소가 지원됐다. 그러나 방목 상태에서 점차 야생화 된 염소는 먹성이 좋아 비양봉 정상의 비양나무 군락을 비롯해 화산송이 등을 훼손하면서 비양도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됐다. 결국 제주시가 지난달 칼을 빼들었다. 현재 비양도에는 200마리가 넘는 흑염소가 번식중인 것으로 알려질 뿐, 정확한 개체 수는 모른다.

흑염소에 이어 이곳의 청연환경을 위협하는 게 소나무 재선충병이다. 비양도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처음 확인 된 것은 2014년 11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107그루의 소나무 고사목이 발견돼 첫 방제작업이 이뤄졌다. 이후 잠잠하던 재선충병 고사목은 2016년 484그루, 지난해 914그루로 급증했다. 제주섬 곳곳을 할퀴고 있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바다 건너 비양도 까지 습격해 생태 환경을 바꿔놓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시는 최근 재선충 감염 소나무 제거작업을 통해 400여그루의 감염목을 제거했다. 제주시는 이달 중 고사목 제거작업을 완료한 뒤 오는 9월 재차 방제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천년의 섬으로 불리는 비양도는 분화구 주변에 비양나무 군락이 형성돼 1995년 8월 제주도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됐다. 조선 ‘신증동국여지승람’은 고려 목종 5년(1002년) 6월 제주 해역 한가운데 산이 솟아 나왔다고 기록됐는데, 이 역사 자료를 근거로 학계에서는 비양도를 국내에서 확인된 마지막 화산활동지로 추정하고 있다. 비양도는 제주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섬으로 수려한 생태환경을 간직한 곳이다. 그런 비양도가 이처럼 염소 떼에 이어 소나무 재선충병이라는 2중의 시련을 맞고 있다.

제주시가 일단 흑염소 포획에 나선만큼 이 문제는 조만간 매듭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소나무 재선충병의 경우 상황은 미지수다. 우선 왜 섬지역인 이곳까지 재선충병이 유입됐는지 조차 모른다. 따라서 현재 대책은 발생하는 고사목을 제거하는데 주력하는 양상이다. 제주시는 이번 기회에 비양도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완치 대책을 찾아야 한다. 비양도는 섬이라는 고립된 곳인데다 그 면적 또한 0.5km²로 다른 곳 보다 상대적으로 재선충병 예방에 어려움이 덜한 지역이다. 제주시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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