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드림
차이나 드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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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제주일보] 최근 한 달 간격으로 중국을 두 번 다녀왔다. 첫 번째는 전국 인민대표 회의 기간이었고 두 번째는 베이징에서 허베이를 거쳐 항저우, 상하이로 돌아오는 원거리 일정이었다.

3월 방문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외신이 장기집권에 대한 헌법 개정을 염려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였는데 정작 베이징의 분위기가 너무 차분해 좀 놀랐었다.

4월 방문 때는 고속철로 다녀서 중국 대륙의 이모저모를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처음 든 생각은 “아, 이제 중국이 지을 건물들은 웬만큼 지었나보다”였다. 왜냐하면 중국 어디를 가도 눈에 들어왔던 거대한 공사현장들이 많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뭔가 개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느낌, 보다 더 안정감이 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훨씬 살만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엔 직접 만나고 들은 두 사람의 얘기가 필자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 중 한 명이 허베이의 유리공장 회장이다. 그는 3가지 색깔만을 낼 수 있던 중소기업 유리공장을 50여 개 색의 파이프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수출기업으로 만들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이슬람 문화권, 유럽 전역이 그의 수출지였다. 고향에서 시작한 향토기업가가 우리로 치면 대도시 4블록에 해당하는 땅에 공장과 호텔을 갖고 있는 자산가로 성공한 것이다. 이걸 이루는 데 20여 년이 걸렸다고 한다.

다른 한 사람은 헝디엔의 농부다. 약 25년 전에 헝디엔에 처음 영화 야외세트장을 지을 때 찾았던 마을의 촌장이 그였다. 그는 세트장을 둘러보고 여러 번 살펴보더니 촬영이 끝나면 세트를 허물지 말고 그대로 두고 가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촬영팀이야 수고를 더는 일이라 지역에 세트를 남겨두고 떠났다. 그 때 농부가 했던 말이 “여기에 거대한 세트장을 지어 헝디엔을 영화도시로 만들겠다!”였다고 한다. 누추한 농부 옷차림을 한 그의 호언을 들은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5년. 내가 본 헝디엔은 이제 세트장뿐만 아니라 일류호텔과 각종 위락시설, 워터파크, 대형 쇼를 다 갖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도시였다. 그리고 그는 주요 설계자로 갑부가 됐을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내가 보고 들은 두 사람은 20여 년, 25년 만에, 당대에 차이나 드림을 이룬 것이다. 그것도 고향에서.

대륙의 고속철 안에서 스쳐가는 도시를 보면서 “저 안에서 차이나 드림을 이룬 사람이 몇 명일까? 중국 전체에서 그들을 합하면?”

부자의 기준을 자산 100억원이라고 본다면 몇 백만명?, 50억원 정도로 본다면 중국의 부자가 이제 1000만명도 넘지 않을까?

몇 년 전까지도 중국 국민이 잘 살게 되면 민주화 열망이 강해지고 개인적 성향을 띠기 때문에 저절로 서구식 민주화가 도입될 거라고 많은 서양학자들이 예측했었다. 그러나 그 예측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예견이다. 몰라도 중국을 너무 모르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덩샤오핑 이후 지금까지 38여 년 동안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목표나 방향은 변한 적이 없다. 시진핑 정부 2기 역시 그 전통을 계승하며 새 시대 중국식 사회주의 국가, 선진 국가 건설이 목표다.

시기에 따라 우선순위를 달리하기는 하지만 기본 틀은 중국인들이 충분히 예측가능한 정도로 움직인다.

그에 따라 같이 움직이며 국가와 국민이 서로 부강하게 하고 있다. 물론 도시의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도 길어진다고, 어두운 이면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런 그림자가 어디 중국만의 문제인가? 우리 역시 태산처럼 쌓아놓고 있지 않은가?

코리안 드림이 낯선 얘기처럼 들린 지도 오래다. 아메리칸 드림, 재팬 드림 역시 마찬가지다. 당대에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진정 역동감 있고 활력 있는 사회 아닌가? 그게 우리 모습 아니었나? 이제 중국을 비하하거나 욕할 때가 아니라 제대로 배워야 할 때가 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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