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육박한 제주 가계 빚, ‘뒤탈’ 감안해야
14조 육박한 제주 가계 빚, ‘뒤탈’ 감안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2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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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도내 가계 빚이 14조원에 육박하면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제주경제가 획기적으로 나아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가계 빚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분명 ‘비정상’임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최근 발표한 ‘2월 중 제주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올 2월말 도내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3조 92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과 비교했을 때 0.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2016년말 도내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치인 11조원을 돌파한 뒤 1년 만에 2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금융권은 잔액 기준 가계 대출 증가폭이 감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지역 경제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개인이든 회사든 빚을 내지 않고 지내기가 쉽지 않다. 물론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 모두에게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반면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대출은 최고의 영업수단이다. 왜냐면 금융기관은 본질적으로 예금과 대출 과정에서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예대마진이 주 영업수입이기 때문이다. 이문에 최근엔 금융기관 간 대출전쟁이 비일비재하다.

요 몇 년간 부동산 투기광풍이 몰아친 제주는 그 결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몰고 왔다. 높이 뛴 부동산 가격에 맞춰 각 금융기관들은 앞 다퉈 대출한도를 늘렸으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은 큰 폭의 수입을 올렸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역대 최고 규모의 가계대출 상황이 나오게 됐음을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제주 부동산 경기는 한계가 뚜렷하다. 토지 및 건물이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떨어질 경우 속수무책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투기는 설자리가 크게 좁아졌다. 이 경우 당장 주택 및 토지를 담보로 금융권에 자금을 빌린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만약의 상황’은 언제든 닥칠 수 있다. 가계 부채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근본원인을 제거해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물론 이 같은 대책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 속담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말 있다. 직접 현찰을 내고 사라면 망설이고 고민하지만, 외상이면 무엇이든 한다는 의미다. 이는 빚지는 사람들의 심리를 상징하는 속담인데, 현실은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신용카드의 무분별 사용이다. 자기 절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경제활동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이에해당 된다. 가계 대출의 증가와 이로 인한 금융기관 부실화는 지난 IMF 외환위기 때 입증됐다. 가계대출은 꼭 필요하지만, 적정수준을 망각해선 안 된다. 가계와 금융기관 모두 절제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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