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셨나요?
준비되셨나요?
  • 제주일보
  • 승인 2016.02.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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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제주여민회 공동대표

지난 1월 23일 토요일에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에서 친구들을 만나 수다도 떨면서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눈 내리는 바다를 보았다. 출렁이는 파도와 쏟아져 내리는 눈은 우리들로 하여금 순간이지만 동심으로 돌아가 탄성을 짓게 만들었다.

거기까지였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온 우리들은 휘몰아치는 눈 속에서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오래된 차량용 스프레이가 전부였다.

결국 제주시 중산간에 살고 있는 친구는 귀가를 포기하고 인근에 있는 지인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 때는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3박 4일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32년만의 폭설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공항이 폐쇄되어 비행기 이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공항에 남아 있었을까?

그 상황에서도 대형 버스는 체인을 치면 운행이 가능하지 않았던가?

공항과 가까운 곳의 숙박시설 목록은 제주도정에는 없었을까?

왜 일부 항공사들은 지연된 순서대로 대기표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시 제주도와 공항공사 간에 주고받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도민들을 분노케 한다.

난방비는 누가 내냐고?

추운 바닥에서 잠을 자야 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제공하는 스티로폼을 누가 치우냐고?

공항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물 제공은 공항 내 식당이나 편의점이 문을 닫은 10시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공항공사의 대답이란다.

지난 주말 내내 전국뉴스에 제주도민들이 몰염치한 사람들로 묘사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공항에서 4~5㎞ 거리의 택시비로 10만원을 요구하였다는 소식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해지면서 천재지변 상황에서 자기 잇속 챙기는 데 급급한 일부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또한 이런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대면서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의 불편을 속수무책으로 방치한 제주도정에는 분통이 터졌다.

그러나 그 눈보라를 뚫고 공항으로 고구마와 계란을 삶고 가거나 민박으로 자신의 집을 제공하겠다는 도민들이 있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도로 상황 탓에 움직일 수 없는 도민들은 TV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에 어이없어 했고 분노했다.

공항공사의 조직이기주의와 위기 대처 능력의 미숙함은 그들이 과연 누구를 위하여 있는 조직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행정편의와 무소신, 무책임이 일시적인 자연재해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인재로까지 이어지게 하지 않는가.

우리의 삶은 늘 ‘처음’을 반복한다. 아기가 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첫 걸음을 떼는 것도 ‘처음’이다. 우리들은 아기의 ‘처음’을 지켜본다. 넘어지지 않는지, 주위에 위험한 물건들은 없는지…. 그렇게 준비한다.

32년만의 폭설이라지만 비슷한 기상 상황들은 전에도 있었다.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았음이다.

제주도가 발표하는 입도 관광객 1000만명, 2000만명은 준비되어 있지 않는 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우리 사회의 위기 대처 능력의 미흡함을 언제까지 거론해야 할 것인가?

지방자치 21년째다. 걸음마를 할 때가 아니다.

행정도, 공항공사도 너무나 기초적인 도민들의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준비되셨나요?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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