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그 이후
6·13 지방선거, 그 이후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04.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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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젊은이들에게 불손한 사상을 심어주었다는 이른 바 ‘사상범’으로 몰려 재판에 회부됐다. 법정공방 끝에 최종판결에 나선 배심원단 501명 중 280명이 유죄를 인정해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그의 제자인 플라톤은 이런 판결을 보고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갖게 된다. ‘우매(愚昧)한 다수’가 지배하는 다수결(多數決)도 민주주의인가?

적법한 사법제도에 의해 다수결로 사형에 처해진 스승을 보고 ‘과연 정의가 무엇인가’하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하지만 그 역시 결국 선거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 민주주의가 투표라는 도구를 통해 가치를 실현할 수밖에 없듯이 선거는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은 피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민’(民)이 해당 공동체의 ‘주인’임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실현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대표자·대변자가 되겠다는 뜻을 가진 사람이 후보로 나서 자신의 당선을 위해 합법적으로 전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후보자라고 해서 모두 당선되기 위해서만 선거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도 선거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가운데 절대 높은 지지율을 선점한 2강(强)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대부분 그렇게 보인다.

뜻밖의 요행을 바라기도 하지만, 낙선하더라도 다른 목적을 달성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길목이다.

즉 선거를 통해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조직의 주장 등을 선전하며 지지·동조 세력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제7회 지방선거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듯하다.

선거 자체보다 그 이후, 일대 정치지형의 변혁이 예상되는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여권도 야권도 치열한 권력투쟁과 질서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 확실하다.

정국은 곧장 2년 후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 총선의 지형이 만들어내는 2022년 대선 운동장을 뛸 새 선수들이 수면 위로 발아(發芽)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권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낙마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가장 강력한 차기 주자가 침몰하면서 이제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 다툼이 시작됐다.

선거 이후 친문(親文·친 문재인)과 비문(非文), 586운동권, 전대협계열 등의 투쟁은 이미 예고돼 있다.

친문 쪽에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목을 받고있다.

비문 쪽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 당선될 경우 대선 후보로 떠오른다.

▲김우남 전 의원을 누르고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가 된 문대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친문이다.

문 전 비서관을 비롯한 전해철 의원, 김경수 의원 등 친문이 제주도지사, 경기도지사, 경남도지사에 각각 당선된다면 친문은 세력을 확장하게 된다.

그 여세를 몰아 친문은 오는 8월 당대표를 차지하고 ‘2020 총선’ 공천권도 가져가면서, 2022년 대선 운동장을 뛸 친문 선수를 탄생시킬 것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정치권의 잠용(潛龍)이다.

그 역시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함께 제주도지사, 경기도지사,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면 2022대선 후보군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들이 야권 재편의 깃발을 들게되면 지금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이들을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 도전에 성공할 경우 그 역시 야권의 중심이 될 것은 물론이다.

여권이나 야권이나 이번 지방선거가 가져올 정치판의 새 정치 지형을 그리며 ‘선거공학적 계산’이 한창일 것이다.

이제 50일 남았다.

우리 유권자들은 우매하지 않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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