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여행
요즘 제주여행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22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은.제주관광공사 지정면세점장

[제주일보] 제주여행!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이젠 매우 낯익은 용어가 된 게 사실이다. 저가항공과 온라인 결재가 발달하면서 예약만 되면, 가고 싶은 생각이 들면 여행자들은 이제 쉽게 제주에 올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방송에 제주에 거주하는 유명인의 생활은 물론 다양한 여행거리가 소개되면서 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제주여행하면, 자연경관만 있고 즐길거리가 모자라 며칠 지내지 못하는 그저 그런 관광지라는 인식이 있었다.

10년 전 제주올레를 시작하신 분들도 이런 대중의 인식이 싫어서 진짜 제주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필자가 요즘 주목하는 것은 여행자의 소비라는 측면이다.

여행에서의 경험은 관광활동에서의 소비로 나타나게 되는데 전통적 관광연구는 항공, 숙박, 쇼핑, 관광지, 교통 등 관광요소의 구매활동 같은 마케팅 측면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만으로 여행활동과 소비가 설명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관광지 장소를 둘러싼 시공간, 그리고 관광지의 문화를 소비하는 인문사회적 측면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런 소비의 확장이 본격화되는 현상에는 여행자가 중심에 있다.

이 점은 긍정적이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몇 가지 우려도 있다.

우선 최근 유행하고 있는 ‘나를 위한 소비’, ‘남들과 다른 나만의 경험’을 여행에서 즐기고자 하는 능동적 여행자로 변모해 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인터넷 상에 무수히 많은 제주여행 정보가 매일 쏟아지고 있어 노력만 한다면 나에게 맞는 가격과 정보를 맞춤형으로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여행자는 제주를 ‘나를 위해’ 소비하는 소중한 곳으로 생각하게 됐다.

한편, ‘하와이 훌라’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하와이 언어, 문화와 종교가 함축된 구전문학이어서 외부 지배층에 금지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하와이=훌라춤’의 이미지는 1930년대 이후 하와이가 관광지화 되면서 미국 본토 사람들에게 독특하고 이국적인 관광지로 홍보하기 위한 도구로 그림엽서 등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였다.

이후 훌라춤은 대표적 하와이 공연상품, 기념품의 소재로 사용됐고 또 다른 하와의 문화로 계승되고 있다.

문화가 고정적이 아니라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측면에서는 당연하다 하겠지만, 역사적 사실에 비춰 볼 때 본연의 문화가 사라지고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하와이 문화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이 요즘 제주여행에서 우려되는 점이다. 여행자의 의사결정 앞 단에 형성되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그것이다.

방송과 상업SNS에 나타나는 제주여행 콘텐츠는 결국 고객의 욕구를 자극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예쁘고, 특이하고, 재미있는 여행 콘텐츠, 그것을 즐기는 행복한 여행객에 무게가 집중되고 제주의 자연환경, 문화, 사람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는 구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비하는 상업적 공간으로서 제주만 부각된다면 관광객으로 인한 쓰레기, 주차 등 최근 높아진 주민 불편사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바라건대 미디어에서 제주의 환경과 주민을 생각하는 조심스럽고 상호 배려적 시선으로 여행의 메시지를 만들어주고 여행자에게 소개하고 유통시킨다면 어떨까 싶다.

마지막으로, 제주4·3 70주년 제주방문의 해를 맞이한 요즘. 70년 전 일어난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고 제주 곳곳에 있는 4·3 유적지를 순례하면서 진짜 제주를 느끼고 소중한 나만의 제주를 체험해 보실 것을 모든 제주방문객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