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선율 속 묻어나는 미스터리한 사랑 이야기
피아노 선율 속 묻어나는 미스터리한 사랑 이야기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8.04.20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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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말할 수 없는 비밀
매력적 감성 담은 대만 멜로 무비

[제주일보=이승현 기자] '악보를 따라 여행을 떠나라, 처음 보게 된 사람이 그대의 운명이 될지니…'

10년전 피아노 연탄(連彈)곡과 현란하게 쇼팽의 '흑건'과 '왈츠'를 연주하는 '피아노 배틀'이 유명세를 탔었다. 지금도 많은 음악학도들이 이 영화의 명장면을 재연한 모습들을 인터넷 등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이 인기는 유명 할리우드 영화나 한국영화가 아닌 우리에게는 어쩌면 생소한 대만영화 '말할수 없는 비밀'에서 시작됐다.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 상륜(주걸륜)은 아버지의 권유에 한 예술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학교를 둘러보던 중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곡을 연주하는 여학생 샤오위(계륜미)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금세 친해진다. 오가는 피아노 연주 속에서 둘 사이에는 애틋한 마음이 싹트게 되지만 샤오위는 그저 비밀이라며 그녀를 더 알고 싶어 하는 상륜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만을 짓는다.

어느 날 상륜과 같은 반 여학생인 청의(증개현)와 관계를 오해한 샤오위는 학교에 나오지 않으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2008년 개봉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고교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다. 대만 단수이의 아름다운 해변과 풍경을 배경으로 10대의 사랑을 그려냈다.

피아노 연탄을 통해 표현되는 영화 속 비밀스런 사랑 이야기는 주연을 맞은 배우 주걸륜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다.

그는 싱어송라이터 가수로 데뷔했던 경력을 살려 대부분의 피아노신을 직접 연주해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만들었다.

또한 1979년생의 젊은 나이에 연출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 속 복선과 반전, 탄탄한 플롯을 선보였다. 이미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동감', '프리퀀시'에서 다뤄 진부하게 다가 올수도 있었던 초현실적 요소들을 조합해 매력 있는 멜로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영리함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젊은 10대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피아노곡과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관객을 사로잡는 미스터리한 전개가 매우 인상 깊었다.

어쩌면 당시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로맨스와 초현실적 요소의 결합, 청춘의 감수성이 묻어나는 피아노 클래식 음악이 관객들에게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영화는 아직까지도 대부분 범죄나 불륜 같은 자극적인 요소나 신파극, 단순히 유명작품의 리메이크 작품 위주로 상영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견줄만 했던 순수한 웰메이드 한국 멜로영화를 다시 만나보는 날은 언제일까.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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