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의 행복과 진정한 평화
제주도민의 행복과 진정한 평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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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40여 년 간 25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수준 혹은 삶에 대한 만족도는 소득증가를 뒤따라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터키에 이어 뒤에서 2위를 기록했고 자살율은 리투아니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자살율이 비교적 높은 일본보다도 2배 가까이 높은 자살율이었다. 소득 증대는 빈곤을 몰아내고 보건·의료·교육 여건을 개선했다. 하지만 빈부격차와 경쟁이 심해지면서 사람들의 만족도와 행복감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요아힘 바우어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원칙’(2007·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에서 사회와 자연을 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주장을 하고 있다. 다윈 이후 ‘투쟁’과 ‘경쟁’이 자연과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적 원리라는 명제가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바우어는 이 명제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자연에서 ‘약육강식’이라는 말과는 반대로 대개 상위포식자가 가장 먼저 멸종된다. 사실 다윈이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을 주장한 것은 맞지만 ‘약육강식’을 주장한 적은 없었다. 다윈은 변이가 경쟁을 피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지적했기 때문에 경쟁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의 회피가 진화를 촉진한다고 보았을 것이다.

바우어는 ‘경쟁’과 ‘약육강식’으로 오염된 인간관·사회관을 풍부한 신경생물학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비판한다. 곧 신경생물학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적 공감과 협력에 적합한 존재’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핵심적 동기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인정·존중·배려·애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결속과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통해서 인간에게 동기와 행복을 부여하는 신경물질인 도파민, 엔돌핀, 옥시토신 등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통해 드러난다. 사람은 신경생물학적으로 사회적 공감과 협력에 소질이 있다는 것이다(이런 소질이 없는 사람은 사이코패스 환자이다). 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 돌봄, 인정, 존중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와 제2공항반대 범도민행동이 공동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맥락에서 매우 흥미롭다. 이것은 단지 정부가 제2공항 건설계획 발표한 직후인 2015년 12월에 71.1%(제주KBS 조사)이 이르렀던 성산 제2공항 건설 찬성이 2017년 9월에는 63.7%(제주도 조사), 2018년 2월에는 53.2%(제주CBS·제주MBC·제주신보 조사)로 줄었으며, 이번 조사에서는 42.7%에 그쳤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성산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한 이유도 ‘지역 균형 발전’이 38.9%로, ‘여행객 증가를 통한 경제 활성화’ 31.9%보다 높았다. 더욱이 ‘제주공항을 확충하자’는 의견이나 ‘제2공항 건설 등 공항시설 확충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

2006년 531만2998명이었던 관광객이 2016년에는 1585만298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3배 부유해지고, 3배 행복해지기는커녕 공기 오염, 지하수 오염, 쓰레기 대란, 교통 체증으로 3배 이상 고통 받고 있다. 빈부차이와 경쟁은 더욱 심해졌고 행복감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제주도민들은 관광객만 늘리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버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추진되고 있는 제2공항 건설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오히려 관광객 총량을 정하고 균형발전과 빈부격차 해소를 통해 경쟁이 아니라 호혜와 평화를 추구해야 할 때인 것이다. 파우스트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린다’고 외쳤는데, 이번 조사에서 제주 여성들은 압도적으로 성산 제2공항 건설에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을 지키고 난개발을 막는데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들을 중심으로 제주에서도 호혜적 돌봄과 인정, 균형발전 등을 통해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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