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벽, JSA에 좀 더 일찍 찾아온 봄
냉전의 벽, JSA에 좀 더 일찍 찾아온 봄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4.19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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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남북정상회담 앞둬 내외신 260여명, 판문점 프레스투어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마주할 평화의집 한창 단장중

1989년 방북했던 임수경, 1998년 정주영 소떼 방북 그 길

미리가 본 판문점…도라산 남북출입소엔 평양-개성 표지판만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분단의 상징, 판문점과 JSA(공동경비구역). 오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새 지도가 판문점에서 그려진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체결로 잠시 중단된 전쟁은 65년째 ‘휴전’ 상태로 이어졌다. 전남 목포에서 1번 국도를 타고 출발하면 신의주까지 이어질 것을, 판문점은 그 길목을 ‘턱’하고 가로막았다.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국내외 취재진 260여명이 판문점 프레스투어를 갖고 JSA내 회담장이 될 판문점과 유엔사의 정전협정 T2 회담장 내부와 한때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으로 이어지는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방문했다.

기자단이 JSA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50분 즈음. 남측의 대성동마을 건너 편 북측의 기정동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 한손에 들려있던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 ‘아 남북이 대치하는 JSA였구나’ 혼자 중얼거렸다.

이어 남북정상이 마주할 평화의집이 눈에 들어왔다.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온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사실에 적막감도 잠시, 대북확성기나 대남방송이 들리지 않고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과 건물 곳곳의 유엔 깃발이 없었다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임을 잊기에 충분했다.

2018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판문점내 평화의 집.

마지막까지 정상회담을 위해 공사하느라 분주한 평화의집 내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멀찌감치 서서 3층 규모의 건물을 바라 볼 뿐이다.

평화의집에서 100여미터 떨어져 있는 자유집을 지나면 언론과 영화로 익숙한 하늘색의 T1, T2, T3 회담장이 나란히 있다. 양 옆에는 북측이 관리하는 회색 초소가 있다. 왼편 3동의 초소 옆에는 지난해 11월 군사분계선을 넘어 탈북한 군인 뉴스에서 본 익숙한 나무가 있었다. 반대편에는 1989년 방북했던 임수경씨가 남쪽으로 돌아오고 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1001마리를 이끌고 방북했던 길이 보인다.

제주출신인 주한미군사령부 공보관 김영규씨(71)는 그 일들을 묻자 “다 기억나죠”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해준다. 한반도 제일 남쪽에서 태어나 남쪽에서 가장 북쪽에서 40여년간 일하는 그는 그 일들이 어제일 같다고 말한다. 당시 소떼들의 이동경로, 임씨의 이동경로 등 그가 본 분단의 세월과 갈등은 봄날과 대조적이었다.

1953년 7월27일 서명된 정전협정.

‘대북확성기’ ‘대남방송’이 들리지 않는다는 말에 김 공보관은 “최근 방문했을 때는 못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단이 방문한 같은 시간 북측 통일각에서는 남북이 2차 실무회담을 열고 ‘양 정상 간 첫 악수하는 순간부터 회담의 주요 일정과 행보를 생방송으로 전세계에 알리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기자들은 오는 27일 북측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도보로 넘어 남측 땅을 밟고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지 않겠냐며 김 공보관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어진 남북출입소사무소로 가는 도로표지판에는 ‘평양’ ‘개성’의 표지판이 눈길을 끌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육로로 갔던 그길, 하루에도 수백대의 차량이 개성공단을 왕래했던 경의선 도로는 ‘2018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커다란 전광판의 글씨만 써져 있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이 돼 있었다.

등록된 내외신 기자만, 2833명. 전세계 생중계로 타전될 남북정상의 만남에서 끊어진 길을 어떻게 이을지 기대된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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