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딛고 한걸음, “기쁨 넘치는 세상 꿈 꿔요”
어려움 딛고 한걸음, “기쁨 넘치는 세상 꿈 꿔요”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04.19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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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꿈을 노래하는 가수 차세나씨
지난 17일 제주시 이도1동에 있는 옷가게에서 만난 장애인 가수 차세나씨(아래)와 어머니 이금희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일보=현대성 기자] 나는 나는 꿈을 꾸어요/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세상/아름다운 마음 모여서/기쁨이 넘치는 꿈을 꾸어요.

윗글은 지적장애 1급을 안고 있는 장애인 가수 차세나씨(36)가 2015년 발표한 ‘세나의 꿈’ 노래 가사 중 일부다.

4살 유아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노래가 좋아 가수의 꿈을 시작한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차씨가 장애를 얻은 것은 차씨가 6살이던 1988년. 갑작스러운 고열 이후 뇌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서다.

다른 아이들보다 차씨의 심장이 늦게 뛴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심장 수술 이후 중환자실에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고통에 휩싸였을 때, 차씨를 위로한 것은 엄마의 노래였다.

차씨의 어머니 이금희씨(59)는 “심장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세나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때 제가‘섬집 아이’를 불러주면 잠이 들었다”며 “그 이후에도 카세트로 노래를 틀어 주면 세나가 밝은 표정을 짓고, 몸짓도 조금씩 해 세나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가수를 하기로 한 차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험난한 세상이었다. 노래 교습을 위해 선생님을 섭외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차씨의 노래를 들으려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차씨는 작곡가 윤세진씨의 도움으로 2010년 첫 번째 노래모음 ‘세나의 꿈’을 발표했고, 2015년 두 번째 노래모음 ‘나는 꿈을 꾸어요’를 발표하며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차씨는 자신이 가수 데뷔 과정에서 받은 도움을 갚기 위해 2013년‘복지리 연예인봉사단’ 제주지회 회원으로 가입해 노래 공연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어머니 이금희씨는 “며칠 전 제주시내 경로잔치에 공연을 가서 ‘나의 어머니’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어르신들이 세나의 노래에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에 저도 감동했다”며 “어르신들이 세나에게 준 쌈짓돈이 공연 섭외비보다 많았다”며 웃었다.

이씨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세나의 노래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며 “누구나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차씨는 20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리는 제38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장한 장애인대상’을 받을 예정이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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