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과 도지사 선거
내로남불과 도지사 선거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8.04.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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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현종 기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탄생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5대 총선 직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여당(신한국당)의 의원 빼가기에 대해 야당(새정치국민회의)이 맹공을 퍼붓자 응수했던 걸작 표현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주 새로운 말은 아니었다. 불륜의 자리에 스캔들이 쓰이던 것을 바꾼 말이다.

그 시절 비슷한 맥락의 표현이 유행했다. 내가 하면 투자, 예술도 남이 하면 투기, 외설이었다. 내로남불은 자기 합리화의 이중 잣대를 꼬집는 촌철살인의 대표 격이다.

바야흐로 선거철을 맞아 내로남불이 상종가다. 정권교체로 여야 입장도 뒤바뀐 터라 각종 논평과 평론에 단골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낙마를 놓고도 어김없이 내로남불이 등장했다. ‘갑달’(갑질의 달인), 염치 조절장애란 양념도 곁들여졌다.

제주도지사 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바른미래당이 잇따라 내로남불을 꺼냈다.

바른미래당 도당은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의 유리의 성 의혹에 대한 민주당 도당의 대응과 김방훈 자유한국당 후보의 원희룡 도정 비판을 놓고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비꼬았다.

최근 도지사 선거 본선의 막이 올랐다. 여당과 야당, 무소속 후보 간 5파전 대진표가 짜인 가운데 도민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 후보자들이 자신의 과거 언사나 행적 등을 합리화하기 위한 내로남불 행태가 선거판을 달굴지도 모른다.

내로남불에 얽히는 후보는 일단 부적격일 가능성이 높다. 통상 내로남불은 언행 불일치나 모럴 해저드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백의 내로남불은 오만과 독선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선거정국에서 내로남불이 온갖 현혹과 선동으로 포장되면 자칫 속기 십상이란 점이다. 도민 유권자들의 혜안과 통찰이 중요한 이유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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