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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의 죽음을 대신하여변종태.시인/다층 편집주간
제주일보 | 승인 2018.04.15

[제주일보] 지겹도록 눈이 내리다가 서서히 날씨가 풀리면서 깊숙이 봄으로 들어섰다.

추위를 핑계로 뜸했던 오름 나들이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서 날짜를 잡고 가벼운 배낭에 좋아하는 믹스커피를 챙기고 오름을 향한다. 주말을 이용해 오름 나들이를 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또 한 주를 시작할 에너지를 충전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오름 주위나 오가는 길 곳곳에 녹색 무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얼까 궁금해 하던 차에 그것이 재선충으로 죽은 소나무의 무덤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곳으로 이동시켜 태워버리면 좋은데 그 과정에서 더 번질 수 있으니 잘라낸 자리에 쌓아 약품 처리를 하고 녹색의 비닐을 덮어 놓은 것이 흡사 봉긋한 무덤을 연상하게 한다. 오름뿐만 아니라 집 주위 무성하던 소나무 숲도 재선충에 걸려 고사한 나무들이, 봄이고 여름이고 할 것 없이 흡사 단풍이 든 것처럼 벌겋게 보이는 곳이 많았다.

어릴 적 뛰놀던 뒷동산 아름드리 소나무도 재선충을 피할 수는 없었는지 베어낸 그루터기가 쓸쓸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쩌랴, 현재로서는 치료 방법이 없는 ‘소나무 에이즈’라 불릴 만큼 강력한 병이라 하니. 그렇게 듬성듬성 잘려나간 숲은 흡사 서툰 이발사가 잘못 자른 머리처럼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소나무의 죽음을 한탄만하다 보면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우리 제주의 산야가 볼썽사나워지는 것도 한 순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소나무가 죽어 베어낸 이후의 대안은 무엇일까. 어떤 수종으로 우리의 산과 들을 채워야 할까. 최선의 선택은 편백나무라고 생각한다.

이미 편백나무에 대해서는 그 장점이 많이 알려져 있다. 목질이 좋고 향이 뛰어나 실용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가구 제작은 물론 건물의 내장재로 널리 쓰인다. 더구나 편백에 함유된 피톤치드가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베개, 벽지, 도마, 장난감 등을 만들어 각종 생활용품 제작에 널리 쓰이고 있다.

경제림이나 치료의학적으로도 활용도가 매우 뛰어난 나무로서, 우리나라에서 이 나무가 자라기 가장 좋은 조건을 지닌 지역은 우리 제주이다. 물론 우리 지역에도 더러 이 나무가 심어진 곳은 있지만 그 활용도는 미미한 상태라고 생각된다.

성장한 나무는 높이 약 40m에 이르고 직경 약 2m까지 자란다고 한다. 가지는 수평으로 퍼지며 전체적인 나무의 모양은 원뿔 모양이다. 사계절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여 편백숲을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 장흥을 비롯한 각지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편백숲을 조성하여 우드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연중 많은 관광객이나 치유 목적의 방문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소나무의 죽음 뒷자리에 그들을 대신할 나무로 편백을 심자. 물론 편백에서 발생하는 꽃가루에 의한 호흡기 피해를 주장하는 학자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제주에서 꽃가루 피해를 주는 주범인 삼나무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 삼나무는 주로 과수원 방풍용으로 인가 주변에 심은 까닭에 꽃가루로 인한 피해를 주지만 소나무를 베어낸 곳은 중산간지역이기에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꽃가루가 발생하는 기간은 극히 짧고 나무 자체의 경제성을 고려한다고 했을 때 소나무의 빈자리를 대신할 대안으로서 편백 만한 수종이 없을 것이다.

‘관자(管子)’ 권수편(權修篇)에 십년지계(十年之計)는 막여수목(莫如樹木)이라는 말이 있다.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만 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어차피 나무를 심는 일은 당장 이윤이 생기는 일은 아니다. 두고두고 우리 제주의 자연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 수종의 선택으로 불에 덴 듯 비어 있는 제주의 산야에 편백의 은은한 향이 번지는 그 날을 기대한다.

더구나 꽃말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하니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심어진 산길을 따라 좋은 사람과 걷는 상상을 해 본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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