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
섬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12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섬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苦衷)은 다 아는 사실이만 추자도 주민 김모씨(65)의 사망사고는 안타깝기만 하다. 김씨는 평소 한 달에 한 번씩 제주시내 병원으로 찾아가 검사를 받는 심근경색 환자다.

이달 초에도 김씨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제주-추자 간 여객선이 끊겨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7일까지 8일 간 여객선 운항이 계속 통제됐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지난 4일 오후 추자도 길거리에서 쓰러졌고, 해경 경비함정으로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제주-추자 간 여객선의 결항률은 올해들어 22~41%까지 치솟았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추자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결항 일수를 보면 레드펄호가 18일, 퀸스타 2호가 34일이다.

이 기간 두 여객선의 운항 예정일수가 각각 83일인 것을 감안하면 퀸스타 2호의 경우 전체 운항 일정의 41%가, 레드펄호의 경우 22%가 결항한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여객선 운항 안전을 강화한 영향도 있지만, 결항률이 40%를 넘는 것은 너무 심하다.

연안여객선은 섬 주민들이 생필품 마련과 병원 치료 등을 위해 뭍으로 나오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자, 식료품 등을 공급받는 운송수단 기능도 한다. 잦은 결항은 섬 주민들의 생활뿐 아니라 생존권에도 영향을 끼친다.

연안여객선 운항 여부는 제주여객선운항관리센터에서 결정한다.

문제는 운항을 결정하는 기준이 높아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는 데 있다. 섬 주민들 사이에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운항관리센터가 안전사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과도한 통제를 해도 섬 주민들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다.

사실 운항관리센터엔 자체 해양 기상 관측 장비조차 없다. 이 때문에 운항여부는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의존하거나, 심지어 육안에 의존해 결정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일기예보라는 것이 정확하지 않다. 풍랑특보가 빗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제주 앞바다의 일기예보는 맞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위성항법기술과 정보통신 장비는 고도로 발달했지만, 선박운항 관리규정은 50년 전에 제정한 것이다.

여객선 운항이 통제되는 해상 기상조건은 파도 높이가 3m 초과, 풍속 14㎧초과, 안개로 인한 가시거리 1㎞ 미만이다. 파고 규정은 1964년, 풍속 규정은 1971년에 각각 제정됐다. 그런데 세월호 이후에는 바람이 조금 높고 파고가 2m만 되도 운항이 통제되는 일이 많다. 제주-추자 여객선의 선박 톤수가 작기 때문이다.

제주-추자 여객선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차제에 제주-추자간 여객선 운항관제시스템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