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 그대로의 주성치 스타일 ‘유쾌’
‘날 것’ 그대로의 주성치 스타일 ‘유쾌’
  • 김경호 기자
  • 승인 2018.04.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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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주성치 감독 '미인어'...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영화 '미인어' 스틸컷

지금의 ‘한류’ 열풍처럼 1980년~1990년대 초중반에는 ‘홍류’ 홍콩 영화가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시장을 휩쓸다시피 했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라면 주윤발의 '싸랑해요 밀키스~' 나 장국영의 투유 초콜렛 CF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명절 때마다 TV 영화로 보곤 했던 중국 정통 무협의 지존 이소룡, 성룡, 홍금보, 원표 등은 물론 그 후배격인 소림출신의 무술인 이연걸과 견자단, 조문탁 등이 지금까지도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 외에 유덕화, 양가위, 곽부성, 매염방, 임청하, 장만옥, 왕조현, 오천련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수많은 홍콩 배우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런 스타들 속에 전혀 기죽지 않고 허세 끼 가득한 표정으로 나타난 배우가 있었다.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수동 슬로우 모션' 으로 아우라를 내뿜으며 등장한 탁월한 무표정연기, 장르 불문하고 자유자재로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연기, 중국어 대사를 속사포 랩퍼처럼 시도하고, 저질스러운 언어도 신선한 유머로 승화시키고. 그러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을 영화를 통해서 보여준 말 그대로 유치찬란한 원맨쇼의 달인 주성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제는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성공 신화를 만들고 있다. 소림축구’, ‘쿵푸허슬’을 넘어 2016년 나온 중국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미인어’도 그의 작품이다.

돌고래 서식지로 보호받는 중국의 청정지역 ‘청라만’, 그곳에는 인어들도 인간들 눈을 피해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돈 밖에 모르는 젊은 부동산 재벌이 이곳의 바다를 메꾸고, 대단위 리조트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과학을 빌려 고주파로 돌고래를 쫒아내자 생존에 위협을 느낀 인어들은 극비리에 암살 계획을 세운다.

우선 미인계로 접근하기 위해 어린 인어인 여자 주인공을 뽑아 사람처럼 서게 하고, 춤도 가르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훈련시켜 부동산 재벌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 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그들은 어느새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데 . 특히 문어인간이 요리사로 분장해서 어설픈 킬러 흉내를 내다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다리를 잘라 철판구이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으로 웃음 폭탄이 먹물처럼 뿜어져 나온다.

코미디, 뮤지컬, 멜로, 로맨스를 절묘하게 인어와 인간으로 묶어 표현한 ‘미인어’는 주성치가 직접 출연 하지는 않았지만 주성치 특유의 이야기 구성과 연기가 녹아들었다. 역시 주성치 스타일은 살아있고 확실히 '주성치표 영화'다. 이런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미인어2’ 후속편의 지난달 촬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렇지만 보기 민망한 그래픽과 어설픈 스토리 전개. 뭔가 2%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과거 그와 함께 모든 영화에 출연한 분신과도 같은 오맹달에게 주성치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자기 영화는 '오맹달이 나오는 영화와 오맹달이 안 나오는 영화 두 종류'가 있다고. 그 정도로 주성치 영화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오맹달과 두 콤비는 이젠 볼 수 없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컴퓨터그래픽(CG)도 발전하고 관객의 구미에 맞추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래픽도, 특수효과도 없는 ‘날 것’ 그대로 웃겼던 주성치가 그립다.

김경호 기자  soulfu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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