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처리 악순환, ‘미봉책’ 더는 안 돼
양파처리 악순환, ‘미봉책’ 더는 안 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0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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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올해 제주산 조생양파에 대한 시장격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농협이 소비촉진 운동에 나섰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제주지역본부는 도내 계열사를 포함한 농협 임직원들의 양파 사주기 운동을 유도하고, 사회복지시설 등에 양파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달 한 달 농협은 계통사무소의 사은품 및 신토불이 창구를 통해 햇양파 소비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제주도는 올해 산 제주 양파가 과잉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자 양파가격 안정화 등을 위한 조생종 시장격리에 착수했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국·도비 등 31억9600만원을 투입해 도내 조생양파 156㏊에 대한 현장 산지폐기에 나섰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산 조생종 양파 시장격리(사전면적조절) 추진계획에 따른 것이다. 올해 제주지역 양파재배 면적은 742㏊(추정 생산량 4만9000t)으로, 지난해 547㏊(3만3000t)보다 195㏊(26.3%) 증가했다. 이처럼 재배면적이 늘면서 지난해 8월 ㎏당 1210원이었던 가락시장 도매가격도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지난달 중순 ㎏당 682원으로 떨어졌다.

조생양파의 처리난은 제주에 한정된 것만 아니다. 이에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양파 생산량이 평년보다 15만5000t(13%) 늘어난 139만80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조생 햇양파는 평년 대비 4만9000t 증가한 19만5000t, 중·만생종은 10만6000t 늘어난 120만3000t이 생산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생양파에 이어 제주산 중·만생 양파 또한 지난해 보다 4.6% 늘어난 115만t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초 부터 조생 햇양파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고 다음 달 상·중순부터는 중생종까지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여 양파시장 전체가 불안하다.

사실 조생양파 과잉생산과 이어지는 산지폐기와 소비촉진 운동은 어제 오늘에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또 품목 또한 조생양파에 한정된 게 아니다. 양배추에 이어 무와 배추, 당근, 마늘 등 사실상 대부분 밭작물이 이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입장에선 과잉생산으로 인한 재배 농민들의 손실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그런데 아무리 상황이 불가피 하다고 해도 언젠가는 이 같은 악순환은 근절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전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체계적인 재배의향 조사와 국제 수급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사전 생산 예상량을 조정하는 길이다. 물론 지금도 행정기관은 사전에 각종 채소류 재배의향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그 조사의 내용이 실제 생산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제주도는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사전 생산예측 시스템을 갖춰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농산물 과잉생산에 따른 후유증 치유에 나서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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