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궁전’의 낭만, 인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호수궁전’의 낭만, 인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0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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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35)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8>-라자스탄의 화이트 도시 우다이푸르
‘화이트 도시’라고 불리는 우다이푸르는 1559년 마하라자 우다이 싱에 의해 건설됐다. 도시 내 피촐라 호수 주변으로 많은 궁전이 들어서 있는데 호수 수면 위로 비치는 궁전 풍광이 뛰어나 인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로 꼽힌다. 사진은 ‘호수궁전’ 자그 니와스. 현재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제주일보] 모든 여행의 시작은 도시를 출발해 시골로 돌아오는데 우리 서인도 여행은 오지기행이란 것 때문인지 첫 출발지로 서부 인도 최대 사막인 타르사막에서 출발해 서서히 라자스탄의 수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라낙푸르에 있는 1440개 순백의 대리석기둥으로 이뤄진 자이나교 사원에서 인도 건축의 새 면모를 느꼈다면 오늘은 호수에 세워진 라자스탄의 ‘화이트 도시’라는 우다이푸르에 도착했습니다.

이 도시로 오면서 인도의 시골 풍경을 엿볼 수 있었지요. 소 쟁기를 끌며 밭을 일구는, 옛날 우리와 비슷한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서 한참 동안 사진을 찍기도 했답니다.

인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도시를 가나 농촌을 가나 신구(新舊)가 공존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군요. 우리처럼 몇 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그야말로 언제 변했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자리인지 모를 정도로 변화를 하고 있답니다.

우리의 ‘빨리 빨리’ 문화를 이곳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조차 모르겠지요.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요. 만약 인도가 우리처럼 빠르게 변했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찬란한 문화유산도 크게 변해버렸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많답니다. 지금도 인도의 도시에는 엄청난 차량 때문에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어 옛 문화 유물들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문화유산 지킴이가 있다고 합니다.

피촐라 호수 인근에 세워진 여러 궁전 가운데 하나. 궁전 너머 우다이푸르 도심이 보인다.

우다이푸르에 밤중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오랜만에 라면을 끓여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동안 피곤했던지 아니면 마신 소주 때문인지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습니다. 일어나 보니 안개가 잔뜩 끼어있군요. 커다란 호수가 두 개나 있는 도시라서 그렇답니다. 오늘은 이 부근에 있는 여러 개의 궁전과 힌두사원을 돌아볼 예정으로 서둘러 길을 나섰습니다.

우다이푸르는 도시도 넓을 뿐만 아니라 고풍스러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 고도로 도시 곳곳에 옛 왕궁의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피촐라 호수 주변으로 수많은 왕궁들이 세워져 고요한 호수 수면 위로 그 모습 비치는 뛰어난 풍광 등으로 인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자그디시 사원은 우다이푸르에 있는 힌두교 사원으로 마하라자 자갓싱에 의해 창건됐다. 사원 벽면에 새겨진 종교적 문양들이 눈길을 끈다.

이 도시의 기원은 매우 재미있는 전설과 함께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도시 건립자인 마하라자 우다이 싱(Maharana Udai Singh)이 어느날 사냥을 하다가 피촐라 호수를 바라보는 언덕 위에서 묵상에 잠긴 성자를 만나게 됐답니다. 성자는 마하라나에게 호수와 강줄기로 수자원이 충분한 비옥한 토양인 은혜로운 이곳에 왕궁을 세울 것을 조언했고 마하라나는 그의 충고를 따라 1559년에 도시를 세웠다고 하네요.

호수에 비친 궁전 전경을 찍기 위해 아침부터 사방을 돌아 다녔지만 호수 때문인지 온통 뿌연 안개로 언덕에 세워진 궁전을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가까이 가면 조금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여전히 전체 모습은 보기 어렵군요. 잠깐 다녀가는 나그네가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 같습니다.

호수에 비친 왕궁을 찍는 것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현지 사람들에도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 활짝 갠 날씨를 자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랍니다.

궁을 돌고 나와보니 호수 위 섬에 지어진 ‘호수궁전’이 보입니다. 그런데로 사진을 찍을만한 분위기를 풍기는군요. 내가 언제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있겠냐 싶어 골목길을 돌아다녔지만 별다른 것들은 찾을 수 없고 금속을 가공하는 노인들을 만났습니다.

자그디시 사원에서 만난 신도와 수행자.

골목을 돌아 나오니 제법 큰 도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고 꽃을 파는 사람들도 모여 있는 것으로 봐서 부근에 힌두교 사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찾았더니 바로 앞에 거대한 자그디시 사원이 있군요.

자그다시 사원에 입장할 때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사원 측에서 식사를 제공해 준다.

인도에 와서 며칠을 지냈더니 눈치가 생긴 모양입니다. 사원은 마침 법회가 있는지 신도들이 엄청 모여 있습니다. 힌두교 사원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입구에서 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 옆 사람을 봤는데 돈을 내고 있네요. ‘입장료인가’ 하고 돈을 내밀었더니 또 뭐라고 합니다. 카메라를 보이며 사진 찍을 것이라는 표정을 지었더니 입장료가 아니고 약간의 돈을 기부하면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이네요.

그렇게 10루피를 내고 사원으로 들어섰습니다. 사원 건물이 온통 흰 대리석 조각 작품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 본 자이나교 사원과는 또 다른 모습이군요.

인도의 대표 종교인 힌두교는 지상에 남아 있는 신앙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고 합니다. 힌두교는 인더스 문명의 사람들과 인도에 BC 1500년경 침입한 아리안족에 의해 오늘과 같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요한 경전은 리그와 사마, 야주르, 아타르바로 구분되는 네 가지 ‘베다’가 있습니다. 태양과 달, 바다와 비, 그리고 여명(黎明) 등 아름답고 위력 있는 자연과 자연에 의한 현상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특히 제사의식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메모는 하지만 힌두교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저로서는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이런 설명보다는 저는 사진을 찍으면서 볼 수 있는 건축과 조각들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인도의 힌두교 사원은 신들의 거주지이자 신과 인간, 차안과 피안이 만나는 곳이랍니다. 건축학적으로 주요한 사원의 특징은 사원의 탑이 우주의 축인 신비스러운 산 ‘메루(Meru)’를 상징한다는 사실입니다. 인도인들은 우주의 구조를 거대한 나무로 생각을 했다는군요.

라자스탄 양식의 한 궁전. 대리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정교한 조각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너무 사람이 많아 설명은 나중에 듣기로 하고 곳곳에 있는 조각들과 신도들의 활동 모습 등을 사진 찍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음식을 든 한 신도가 손짓을 하며 식사를 하라고 합니다. 촬영을 멈추고 인도 신도들과 함께 자리잡고 인도 전통 음식인 ‘달’을 수저도 없이 손으로 먹었습니다. 아름다운 체험이었죠. 초파일날 절에서 음식공양을 하는 기분이군요. <계속><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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