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지적, 그리고 이효리
모난 지적, 그리고 이효리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4.04 16: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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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도 몰랐겠으나~’(이동형 시인의 바람의 집).

애월읍 소길리 주민으로 살아가는 이효리의 목소리가 4·3평화공원에서 유족과 도민, 전파를 타고 전국 곳곳으로 흘러갔다. 결혼과 함께 제주에 터를 잡은 이효리가 ‘4.3을 얼마나 아느냐’며 문재인 대통령이 12년만에 찾은 70주년 4·3추념식에서 그녀의 시낭송을 가지고 일부 모난 지적이 있었다. 4월3일 추념식 진행을 맡는다는 오보로 2시간짜리 소동도 얼마전 있었다. 유명세덕이다. 이효리면 어떻고 루시드 폴이면 어떠한가, 4·3의 아픔을 이해하고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가치에 공감하면 될 것을.

대통령이 오고 언론사들이 일제히 보도하니, 70년이 되어서야 제주의 아픔을 알았다는 이들의 인터넷댓글이 차고 넘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참혹했던 현대사가 제주에서 벌어졌지만 70년이 다 돼서야 4·3을 ‘조금 알겠다’ 한다. ‘3만명이 죽어나갔다’는 말조차도 할 수 없게 입을 막고 눈을 막았던 세월을, 2018년 4월3일에서야 그나마 세상에 알린 거다. 미군정 당시 왜 이런 제노사이드가 제주에서 벌어졌는지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아내는 일도 남아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냉혹한 겨울이 가고 이제 ‘제주의 봄’이 온다지만 추념식에 참석했던 홍준표 대표는 ‘좌익무장 폭동이 개시된 날이 4월3일’이라했고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신문칼럼에 “사건 발생 70년과 진보 집권을 계기로 제주 4·3의 성격을 대한민국 정통성과 반대편에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공격한다.

그래서 제주인들에게 4·3의 봄은 더디게만 느껴진다. 이효리 역시 ‘바람의 집’을 낭송하며 같은 마음이었을 게다. 4·3당시 통째로 사라져버린 ‘원동마을’도 소길리의 한 부분임을, 봄을 그리워하는 소길댁 이효리도 알고 있을게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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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니 2018-04-05 10:56:34
이효리 기사보다 이사건을 더 상세하게
접하게 되었네요
4.3사건을 알고 있는분들보다 모르거나
이제 막 접한 젊은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게 해주는게
이사건을 기억하고 역사화하는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