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인사가 건네는 힘
안녕^^ 인사가 건네는 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4.0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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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누군가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 순식간 나도 이어서 “아…안녕…하…”며 인사를 했다. 자매인듯 보이는 초등학생 정도의 두 아이가 재활용 쓰레기를 하나씩 분류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쓰레기를 버리러 온 낯선 나를 이웃으로 여기고 인사를 건넨 것이다.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과 낭랑한 목소리에 반가움이 일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먼저 인사를 하지 않았다면 난 아마 서둘러 쓰레기를 버리고 눈도 맞추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어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물드는 듯 했다.

사람들을 향해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다정한 인사를 건넬 줄 아는 아이들은 단연코 건강한 애착을 형성해 주는 부모를 뒀을 가능성이 높다.

생애 초기에 주로 자신을 돌봐 주는 사람인 주 양육자와의 애착 경험을 통해 ‘내적 작동 모델’이 형성된다. 이 내적 작동모델은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보는 틀에 대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다보면 나는 어떤 내적 작동모델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너(상대)는 누구인가? ▲세상은 어떤 곳인가?

긍정적인 작동 모델을 가진 사람은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중 긍정적인 사건을 더 잘 기억한다. 만약 지나가던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웃었을 때 “저 사람 기분 좋은 일이 있나보다”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작동모델을 가진 사람은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내 꼴이 지금 우습나?”, “ 왜 비웃는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가 긍정적인 내적 작동모델을 가질 수 있으려면 아이를 돌보는 주 양육자는 밥을 먹여 영양을 섭취시키듯 사랑과 애착도 규칙적으로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바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양육자의 품에서 잘 때, 피부와 피부가 맞닿은 상태일 때 아이는 안락함과 평온함을 느낀다.

아이가 조금 더 성장했을 때는 서로를 모방하는 흉내내기가 사회 작용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즉 다른 사람의 정서 변화에 무표정보다는 그 표정에 따라 같이 반응해 주면서 상대의 감정을 표현해 주고 받아들여주면 서로의 관계가 더 공고해지게 된다.

맞울림, 즉 공명이 일어나면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아이의 눈을 마주보고 아이의 행동에 몸짓으로 끄덕여 주며 아이의 이야기에 응대해 준다면 아이는 ‘아!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란 마음을 쉽게 느끼게 될 것이다.

어른이 된 사람들끼리는 어떨까? 상대에게 갖는 기대치가 높을수록 공명하는 시간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을 교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특히 아내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고 이런 아내를 남편은 질려한다.

왜 아내는 매번 남편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는 걸까? 이 때 남편은 말한다. “한 두 번 용서를 빈게 아니다. 도대체 몇 번을 더 해야 하느냐.” 말을 하다가 벌컥 화를 낸다.

남편이 용서를 빌어도 아내가 예전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비슷한 아픔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고 또 남편이 진심으로 자신의 아픔을 알아준 적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의 경험을 했던 경우에는 그 마음이 더 커진다.

아내는 고통을 느낄 때 오로지 남편이 자신을 보호해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진심으로 제대로 들어주면 된다!’

성인들이 현재 느끼는 친밀한 애착행동은 어렸을 때 장착된 내적 작동 모델만이 기반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동기와 청소년기 때의 애착경험과 현재 누리고 있는 애착 관련 경험들이 다 모여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건네준 잠깐의 눈맞춤, 진심으로 고개 끄덕여 주는 작은 몸짓, 밝은 소리로 나누는 인사로 하루가 내내 충만했다. 이렇듯 행복은 작은 것에서 출발해 내내 온기를 품게 되나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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