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4월, ‘찬란한 새 봄’을 맞다
제주의 4월, ‘찬란한 새 봄’을 맞다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8.04.0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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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이는 제주4·3사건, 4·16 세월호 참사, 4·19혁명 등 한국 현대사와 맞물려 4월을 대표하는 문장처럼 다가왔다.

제주의 4월은 늘 언제나 참혹한 겨울이었다. 소리 없는 울음으로만 견뎌내야 했던 세월이었다. 봄이 왔지만 마음 한 켠 늘 언제나 봄 같지 않았던 제주의 4월.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이라며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3 70주년을 맞아 제주일보는 기획보도 ‘4·3 길을 걷다’를 통해 도내 곳곳에 남겨진 4·3의 길과 유적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제주4·3이 단순한 과거가 아닌 현재의 역사라며 망각하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3일간 열렸던 제48회 제주일보 백호기 전도청소년축구대회에서 도내 고교생들은 동백꽃 배지 달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고교 응원단은 ‘4·3 보디섹션’을 선보이며 ‘4·3 70주년의 의미’를 새겼다.

4·3의 진실을 기억하는 일, 4·3의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엘리엇의 시 ‘황무지’는 ‘평화, 평화, 평화’로 끝맺으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제주의 4월도 희망을 놓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

봄이 저만치 있다고, 느리게 온다고 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봄을 기다리지만 말고 봄을 마중하러 나가다보면 ‘제주의 4월’은 어느새 ‘찬란한 새 봄’으로 우리 옆에 있을 것이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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