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잘못된 역사 꼭 바로잡아 줍써”
“대통령님, 잘못된 역사 꼭 바로잡아 줍써”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04.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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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70주년 추념식 참석한 유족들, 입 모아 진상 규명, 희생자 명예 회복 촉구
양순녀 할머니가 제주 4ㆍ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오빠의 비석을 바라보고 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제주일보=현대성 기자]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예. 남편 어떵 죽어신지 몰랑 억울행 눈도 안 감아 졈수다”

3일 제주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한 현경아 할머니(99)는 70년이 지났음에도 국가 폭력에 남편을 잃은 슬픔을 오롯이 가지고 있었다.

4·3 생존 희생자 중 최고령인 현 할머니는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에 감사하다는 견해를 보이며 미흡한 4·3 진상 규명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4·3평화공원에서 만난 유족 강태심 할아버지(86)는 “국가의 폭력에 의해 많은 국민의 희생된 것을 추모하는 자리에 대통령이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고 이제부터라도 4·3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혔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현 할머니와 강 할아버지처럼 4·3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유족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4·3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은 저마다 위패 봉안소, 행방불명인 묘역으로 향해 억울하게 희생된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 친척의 넋을 기렸다.

이날 만난 유족들은 입을 모아 제주 4·3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을 강조했다.

딸, 손녀, 증손자와 함께 4대가 행방불명이 된 오빠를 추념하기 위해 묘역을 찾은 김인근 할머니(84)는 “어느 날 오빠가 마포형무소로 끌려갔다는 얘기가 오빠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고, 마지막 말이었다”라며 “지금이라도 희생자의 억울함 풀기 위해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순녀 할머니(80)는 “당시 21살이던 큰오빠가 ‘누이야 오빠가 4년 형을 받아 마포형무소에서 복역 해야 하니 친정을 잘 보살펴다오’라고 말했던 것이 아직도 쟁쟁하게 기억난다”라며 “죄 없는 사람을 교도소로 끌고 가 무차별 학살한 것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라고 흐느꼈다.

유족 오영수씨(71)는 “어머니 말씀으로는 제가 생후 7개월 때, 아버지께서 마포 형무소에 갇힌 후 행방불명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라며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70년 평생을 살아다”라며 울먹였다.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직접 4·3을 겪은 희생자 분들이 살아 계실 때 배·보상이 이뤄져야 하므로 시간적 여유가 없다”라며 “정치적 계산 대신 피해자의 관점에서 제주 4·3 특별법 개정을 생각해 달라”고 4·3 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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