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문학은 제주문학이 지닌 시대정신의 축이 되어야
4·3문학은 제주문학이 지닌 시대정신의 축이 되어야
  • 제주일보
  • 승인 2018.04.0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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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실 제주한라대 관광일본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2018년은 제주4·3 70주년을 즈음하여 ‘제주 방문의 해’로 정하고, 4·3이 전하는 평화와 상생의 의미를 알리는 전국화·세계화에 앞장서는 한편 진실된 제주역사를 정립하고 평화인권의 가치로 승화시켜 나가기 위한 ‘함께’ 하는 4·3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기획돼 있다.

제주4·3상징의 동백꽃 배지 보급과 더불어 추모위령제, 4·3현장 체험 추념시화전 및 공연·콘서트 등 기념기획전을 비롯한 전국문학인대회 제주포럼 4·3세션 운영, 진실과 정의를 규명하는 국제 학술대회가 체계적·조직적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큰 아픔의 생채기와 참혹함의 기억만을 남겨둔 채 살아남은 자에게는 4·3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거부되는 금기의 역사 속에 그 아픔을 몸으로 기억하는 생존자들도 이제 막 마지막 생애주기를 맞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4·3이란 역사적 사건을 겪지 않은 이가 그 역사적 사건을 알기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각종 행사기획의 의미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비극적 역사를 치유하기 위해 시대적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문학인들이 한데 모여 오늘날 요구되는 문학적 역할과 과제에 대해 성찰하고 미래지향적 담론을 모색하는 행사를 제주도작가협회에서 기획하는 시화전, 시집발간, 4·3유적의 문학기행이야말로 4·3과 동시에 동아시아 문학의 연대를 위한 문학적 접근 차원에서 무엇보다도 의미가 크다.

문학은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가장 선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분야로 학문 분야나 저널리즘 치유의 접근보다 상당히 앞서 있을 뿐 아니라 학계나 언론을 자극해 논리를 이끌어 내는 역할의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문학에서 역사는 하나의 소재이며, 반성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소재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고 그 인식의 결과를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4·3역사를 다룬 작품은 4·3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찾는 소명으로 살아야 하며, 앞으로도 4·3에 대한 문학작품의 생산은 제주문학이 지닌 시대정신을 형상화하는 하나의 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제주 4·3문학을 되돌아보면 비본질적 추상화 단계(1948~1978)를 거쳐 비극성 드러내기 단계(1978~1987) 현기영의 ‘순이삼촌’을 계기로 증인문학·고발문학의 양상을 띠고 본격적인 대항담론의 단계(1987~1999)를 거쳐 2000년 4·3특별법 제정 이후로 새로운 모색의 단계(2000~현재)에 와서 4·3문학도 도약과 새로운 페러다임으로 전환시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즉 기존의 공식역사가 와해되고 대항 담론에 의해 새로운 역사가 채택되는 단계에 이른 셈이다.

4·3은 더이상 제주라는 지역 공간에 국한된 생채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양심있는 이들이 치유해야 할 아픔의 생채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4·3은 제주라는 지역적인 한계에 벗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지역과, 지역의 연대의식에 있다.

다른 지역 작가들에 의해 ‘제주’는 천혜의 아름다움과 관광이라는 감동을 형상화하지만, 4·3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이들의 ‘제주인식’은 서정의 공간에서 벗어나 역사의 공간, 민중의 공간으로써 제주를 바라본다.

그러므로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라면 적어도 자신의 문학작품 속에서 세상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존재의 의미와 연대감이라는 공유인식을 담아야 하고 앞으로 2세·3세대 작가들에 의해 4·3문학의 정신과 도약이 이뤄져야 할 때다,

이를 통해 4·3문학은 제주 문학이라는 큰 틀 속에 제주 문학이 지닌 시대 정신을 형성하는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아, 4·3 지역문학을 바탕으로 한민족 문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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