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피다
동백꽃 피다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8.04.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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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현종 기자] 동백꽃은 빛깔 자체로 강렬하다. 너무나 붉어 청마 유치환은 ‘청춘의 피꽃’이라 노래했다. 동백꽃은 통째 떨어지기에 장렬하고 극적이다.

나무에서 한 번, 땅에서 또 한 번 꽃이 피는 셈이다.

동백꽃의 짙붉은 빛 너머에는 4‧3의 아픔이 오버랩 된다.

올해 4‧3을 맞아 어김없이 동백꽃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제주도가 4‧3 제70주년을 맞아 제주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대대적으로 마련하는 행사의 각종 자료집이나 인쇄물에 동백꽃이 빠지지 않는다. 배지로 제작된 동백꽃은 4‧3을 추모하는 이들의 가슴에 달려있다.

동백꽃과 4‧3의 고리는 제주 출신 강요배 화백의 4‧3항쟁기록화에서 비롯됐다. 이름 하여 ‘동백꽃 지다’. 강 화백이 1992년부터 그린 4‧3기록화 연작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4‧3이 전국화 됐고 동백은 4‧3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전까지 4‧3 하면 안치환의 ‘잠들지 않는 남도’ 노랫말에 등장하는 유채꽃과 연결 짓기도 했지만 끝내 동백꽃에 밀려났다.

올해는 4‧3 완전한 해결을 위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희생자‧유족 배‧보상과 행불인 유해 발굴 및 명예회복, 정명(正名) 등 남은 과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마련하고, 진상 규명을 넘어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승화하는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4‧3희생자추념식을 앞두고 국민 모두의 가슴에 동백꽃이 활짝 피어나길 기원한다. 툭 하고 통꽃을 떨어뜨리며 참혹했던 4‧3학살현장을 연상시키던 이미지를 초월해 인류 보편의 미래가치를 떠올리는 동백꽃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피꽃’을 넘어 ‘평화‧인권의 꽃’으로.

삼가 4‧3영령들의 영면을 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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