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시즌’
‘거짓말 시즌’
  • 제주일보
  • 승인 2018.04.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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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권력을 얻거나 유지하려면 이기적(利己的)으로 행동하면서도 남을 생각하는 이타주의(利他主義)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여기서 나온다.

그렇다고 거짓말만 잘 하면 유능한 정치인이되는 건 아니다.

유능한 정치인의 요건은 자신이 하는 거짓말을 스스로 믿는 것이다.

거짓말이 신념(信念)화해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확신에 찬 어조로 남을 설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거짓말이 언제나 나쁜 건 아니다.

‘거짓말하는 사회’(볼프강 라인하르트, 김현정 역)에 따르면 사람이 하루 평균 200번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일시적으로 행복하게 하는 선의의 거짓말이다. 문제는 남을 능멸하는 이기적 거짓말이다.

▲세상에 거짓말이 많아서인지 거짓을 뜻하는 비속어는 수두룩하다. 구라, 공갈, 썰, 뻥, 노가리, 이빨, 쌩, 뼁끼, 후라이….

반면 진실의 비속어는 없다. 진실을 비꼬거나 능멸하면 자신이 거짓 편에 선 느낌이 들기 때문인것 같다.

우선 구라는 속인다는 뜻의 일본말 ‘구라마스’에서 왔다는게 정설이다.

공갈은 본래 협박을 뜻하는데, 남을 해코지하는 거짓이란 의미로 널리 쓰인다. 썰은 말(說) 또는 혀(舌)에서 나온 속어다. 뻥튀기에서 유래한 뻥은 거짓말보다는 허풍의 뉘앙스가 강하다. 노가리(명태 새끼)는 명태가 한번에 수많은 알을 낳듯이, 말이 많으면 진실성이 없음을 빗댄 것이다.

이빨과 쌩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거짓말을 할 때면 말이 많아져 이빨을 드러내는 모양이 연상된다. 쌩은 ‘바람이 세차게 스쳐 지나가는 소리 또는 모양’을 가리키는데 거짓말에 그런 느낌이 들긴 한다.

뼁끼와 후라이는 스포츠에서 나왔다. 배구 권투에서 속임 동작인 페인트(feint)가 한글표기상 칠하는 페인트(paint)와 같아 그 속칭인 뼁끼로 변형됐다. 후라이는 야구에서 플라이를 치면 좋은 줄 알았는데 아웃이 되니 속았다고 여긴 데서 유래했다.

▲정치의 계절, ‘거짓말 시즌’이다.

지난번 선거에 출마했던 지인은 출발부터 거짓말쟁이가 될 수밖에 없더라고 털어놨다.

장사꾼은 자신의 첫번째 존재이유가 이윤의 창출이라고 솔직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왜 부(富)의 사회환원을 하지 않느냐고 시비할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선거에 출마해 자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지역을 위해’ 같은 명분을 내걸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바로 거짓말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니 정치인은 타고난 사기꾼, 아니 거짓말의 달인이라는 개탄이 나오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게 무리는 아니다.

심리학 실험연구에 의하면, 다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우리가 알아차리는 확률은 아쉽게도 우연 수준보다 약간 높은 55% 정도밖에 되지 못한다.

수사경찰이 피의자의 거짓말을 알아채는 능력은 정상인보다는 다소 높아서 65% 내지 70%라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거짓말을 항상 정확히 탐지해 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제 4월 1일 만우절날.

백호기 청소년들은 힘차게 공을 ‘뻥뻥’ 날리는데, 제주 지방선거판은 구라, 공갈, 썰, 노가리…. 로 하루 해가 저물었다.

선거캠프 사람들은 진실만을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필요하다면 교묘한 수사(修辭)로 상황을 엮어가는 것도 능력이다.

그래서 캠프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반해 거짓말을 한 대가로 선거후에 보상을 받는다고 한다.

거짓말쟁이도 처음에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의식한다. 하지만 점차 자신의 역할에 몰두돼, 자신의 거짓말이 사실을 반영한 설명이라고 스스로 믿게 되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는 그의 말과 얼굴이 아주 믿음직스럽게 보이게 된다. 이른바 거짓말의 신념화, 정치화 과정이다.

한국은 거짓말의 나라다.

대통령도 공직자도 거짓말을 하고,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도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

내일은 또 어떤 거짓말쟁이가 내색도 않하고 거짓말을 할까.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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