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암매장 유해 발굴사업 착수
제주4·3 암매장 유해 발굴사업 착수
  • 홍수영 기자
  • 승인 2018.03.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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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재단 30일 밤 제주국제공항 내 희생자 암매장 추정장소 2곳 지적측량 실시

[제주일보=홍수영 기자] 2010년 이후 중단됐던 제주4·3 행방불명인의 유해를 찾기 위한 발굴사업이 재개됐다.

지난해 조사 결과 제주국제공항 내 4·3희생자의 암매장 추정장소로 꼽힌 5곳 가운데 3곳에 대한 발굴 작업을 위해 4·3 당시 지도를 되살리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11시경 제주공항 내 남북활주로의 북단 서쪽 구역과 동서활주로의 서단 북쪽 구역 등 두 곳에 대한 지적측량을 실시했다. 지적측량은 한국국토정보원 제주지역본부에서 진행했다.

이번 지적측량은 지난해 ㈔제주4‧3연구소 주관으로 추진된 ‘4‧3행불인 유해 발굴 예정지 긴급 조사 용역’ 결과 제주공항 내 4·3희생자 암매장 추정장소의 위치를 지표면에 표시함으로써 향후 지반탐사 및 시굴조사, 발굴 등에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실시됐다.

발굴 예정지들은 4·3 당시 지번을 갖고 있는 밭, 묘지 등의 토지였으나 제주공항이 건설되면서 지적도에서 사라지게 됨에 따라 옛 지도(폐쇄지적도)를 복원한 것이다.

지적측량이 가장 먼저 진행된 곳은 남북활주로의 북단 서쪽 구역으로, 과거 도두2동 2446-2, 2446-3, 2454, 2464-1번지 등의 지번을 갖고 있었다.

이날 한국국토정보원 제주본부는 인공위성을 통해 GPS 좌표를 얻어 기준점을 잡고 세부측량을 통해 복원해야 하는 지번의 위치를 확인, 지점마다 빨간 나무말뚝을 땅에 박아 표시했다.

첫 번째 추정지에서는 가장 북서쪽에 위치한 지점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점을 찍어 구역을 그리는 방식으로 지적측량이 진행됐다. 발굴예정지의 전체 경계선을 나타내는 22개의 지점과 각각 다른 지번의 토지가 맞닿은 가운데 지점까지 총 23개의 말뚝이 박혔다.

지적측량은 4·3 당시 도두1동 2046-2번지 일대인 동서활주로 서단 북쪽 구역에서도 진행됐다.

제주공항 내 4·3희생자 유해 발굴사업은 이날 지적측량이 실시된 두 곳과 남북활주로 동쪽 뫼동산 인근지역을 대상으로 추진된다.

4·3평화재단은 복원된 지적도를 토대로 4월 지하 매장물 탐사 및 땅속탐사레이더(GPR) 조사 등 예비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땅을 파는 시굴조사 등이 진행될 예정이며 본 발굴조사는 시굴조사 결과에 따라 계획이 변동될 수 있다.

나머지 암매장 추정장소로 꼽힌 동서·남북활주로 교차 구역과 화물청사 동쪽구역은 공항 운영의 문제 등으로 인해 발굴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날 지적측량에 참석한 이지훈 4·3평화재단 사무처장은 “개인적으로는 제주공항 발굴예정지에 막내 할아버지가 묻혀 계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면서도 “유해 발굴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많아 기대보다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장윤식 4·3평화재단 총무팀장은 “발굴예정지들은 복토가 됐고 제주공항 건설공사 등으로 인해 많이 훼손돼 유해가 발굴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윤승언 제주도 4·3지원과장은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이번 유해 발굴사업이 사실상 마지막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원활한 발굴사업을 위해 필요하다면 남북활주로를 임시 폐쇄하는 방안도 국토부 산하 제주지방항공청과 협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win1@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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