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온전한 이름' 백비에 새겨 일으켜세워야
'4.3 온전한 이름' 백비에 새겨 일으켜세워야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8.03.29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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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70주년 특별기획 5> 정명] 정체성 직결, 완전한 해결 과제...논의.연구 본격화해야

[제주일보=김현종 기자] 제주4‧3은 온전한 이름이 없다.

5‧18민주화운동이나 4‧19혁명처럼 명확하게 성격을 규정하는 이름이 4‧3에게는 없다. 단지 제주4‧3 또는 제주4‧3사건으로 불릴 뿐이다.

4‧3의 무명(無名)에 대한 상징물이 바로 4‧3백비(白碑)다. 제주4‧3평화기념관에 전시된 백비는, 말 그대로 글을 새기지 못한 비석으로 세워지지 않은 채 누워 있다.

백비 안내문에 “언젠가 이 비에 제주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고 적혀있다.

또 ‘4‧3백비, 이름 짓지 못한 역사’란 제하에 “봉기, 항쟁, 폭동, 사태, 사건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온 제주4‧3은 아직까지 올바른 역사적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분단의 시대를 넘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그날, 진정한 4‧3의 이름을 새길 수 있으리라”고 쓰여 있다.

올해 제70주년을 맞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정명(正名)이 중요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름 짓지 못한 역사…백비가 누워있다

2003년 채택된 4‧3진상조사보고서는 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4‧3에 대한 성격 규정은 없이 두루뭉술하게 정의한 것이다.

현행 4‧3특별법에도 4‧3은 같은 내용으로 규정돼 있다.

지난해 말 오영훈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은 4‧3 정의를 보다 명확히 했다.

개정안에 담긴 4‧3의 정의는 ‘미군정기인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발생한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제주도민의 저항과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가 전면 해제될 때까지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충돌과 토벌대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7년 7개월간 4‧3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민중항쟁과 무장봉기, 학살 등 다양한 성격의 사건이 혼재됐다. 4‧3에 대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각차이가 크고, 이념의 잣대로 재단되는 과정에서 본질은 갈등에 묻히기 일쑤였다. 4‧3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름 짓는 것은 당사자 세대 이후에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돼온 이유다.

4‧3은 결국 해방과 광복, 독립,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거치는 과정에서 ‘친일파 청산’, ‘남북분단’, ‘통일’ 등 대한민국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역사적 과제와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미래가치 승화…4‧3 정명 미뤄선 안 돼

그럼에도 4‧3의 정명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 70주년은 4‧3 생존 희생자들에게 10주년 단위 마지막 해인 데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중대 전환점으로 인식되면서 4‧3에 온전한 이름을 지어주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70주년을 맞은 4‧3이 전국화‧세계화를 표방하는 흐름에서 4‧3의 진상을 내포하고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정명은 필수적인 요소이자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4‧3의 해결과정도 지금까지 진상 규명에서 평화‧인권의 인류 보편적인 미래가치로 승화하는 2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4‧3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정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학자인 김동전 제주연구원 원장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정명을 내리기까지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역사학자들의 연구가 충분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전제한 후 “앞으로 4‧3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될 경우 항쟁 등으로 정명될 수 있는 길도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올해 4‧3의 전국화‧세계화를 통해 미래가치로 승화하기 위한 사업들이 추진되는 것과 맞물려 정명에 대한 연구와 논의에도 물꼬가 트여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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