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의 헌법 무시
전직 대통령들의 헌법 무시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03.28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부남철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공식 방문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오전 8시 35분(현지시간) 숙소에서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공고를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 발의는 1980년 전두환 대통령이 발의한 제5공화국 헌법 개정안 발의 이후 38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여야는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놓고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27일부터 개헌 협상에 들어갔다. 헌법 개정 절차에 따르면 개헌안이 국회로 송부되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되기 때문에 국회는 오는 5월 24일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 이렇게 민주주의는 정당한 법치주의를 근본으로 삼고 있으며 국민의 합의에 의해 제정된 헌법과 법률을 지켜야 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다.

지난 23일 새벽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 첫 날 변호사들을 만나 “검찰이 똑같은 것을 물으려 한다면 그런 신문은 받지 않겠다”라면서 검찰이 새로운 혐의에 대해 조사할 때만 응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 14일 소환 때 다뤘던 내용을 보강조사하려고 할 경우 거부할 수도 있다고 검찰을 협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7일 기소된 뒤 매주 4회 재판을 받다가 추가 영장이 발부되면선 구속이 연장되자 지난 10월 16일 “더는 법원을 신뢰할 수 없다”라며 재판을 전면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 인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궐석재판’이 국민들에게 깊게 각인됐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취임식에서 국민들 앞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다짐했던 전직 대통령들의 현재 모습을보면서 씁쓸함을 넘어서 허망함을 느낀다.

1년을 사이에 두고 잇따라 구속된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한결같이 ‘정치 보복’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재임 중에는 법치주의를 강조했지만 정작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는 사법 절차도 철저히 불신하는 모습이다.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을 지낸 이들이 앞장서 법치주의를 흔들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법인인 세계 사법정의 프로젝트(WJP: World Justice Project)가 지난 2월에 발표한 법치주의지수(Rule of Law Index)에서 한국은 113개국 가운데 20위 올랐다. WJP 법치주의 지수는 정부 권력 제한, 청렴도, 정부 개방성, 기본권 등 8개 항목을 기준으로 44개 지표와 일반인 설문 11만 건, 전문가 서면조사 3000여 건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한국의 순위는 2014년 14위, 2015년 11위, 2016년 19위에 이어 또 한 번 하락했다.

덴마크(1위), 노르웨이(2위), 핀란드(3위)가 상위권에 올랐으며, 일본은 14위, 미국은 19위를 기록했다. 반면 아프가니스탄(111위), 캄보디아(112위), 베네수엘라(113위)가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현대 사회에서 법치주의는 형식적 합법성에만 초점을 둔 형식적 법치주의를 지나 합법성과 공공적인 규칙으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한 실질적 법치주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 춘주전국시대의 한비자는 군주가 법을 지키고 법에 따라 잘잘못을 가려 신상필벌을 한다면 신하들이나 백성들이 한 눈 팔지 않고 법에 따라 서로 공을 세우려하고 법을 어기는 일이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무너진 법치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 ‘무전유죄, 유전무죄’이다. 돈에 따라 죄의 유무가 정해지는 나라. 법치주의가 무너진 나라이다.

특히 대한민국을 이끌어 간다는 리더들이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죄를 짓고도 버젓이 그 법망을 피해가는 모습을 이제는 보고 싶지 않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에게 ‘정정당당 코리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