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읍 하례리 망장포구의 경우
남원읍 하례리 망장포구의 경우
  • 제주일보
  • 승인 2018.03.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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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도에 남아있는 포구 가운데 온전한 원형이 남아있던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망장포구가 옛 모습을 잃고 있다는 보도다.

제주도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어촌특화사업인 ‘망장포 전통포구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포구 주변 경사면에 가득했던 나무들이 베어지고, 나무사이 곳곳을 채워 비경(秘境)을 자랑했던 바위는 허물어져 옛 모습이 간데온데 없어졌다고 한다.

망장포구는 기이한 형태로 굳은 용암석들과 함께 세찬 풍우(風雨)를 이겨낸 나무들이 아름다운 숨은 명소다. 특히 해안 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관광객을 물론 도민들로부터 생태 관광지로 사랑을 받는 곳이다.

어떻게해서 이런 식으로 정비 사업을 진행했는지 황당하고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이 탄식을 하고, 이곳 비경을 사랑했던 도민들이 행정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마디로 전통포구 정비란 것은 말 뿐이고, 역사 자연문화유산의 훼손이고 참담한 환경훼손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포구의 원형 보전을 위한 전문가 자문이라도 한번 받아 보았는지 의문이다.

포구 원형이 이렇게 훼손된다면 차라리 정비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

망장포는 고려시대 제주도를 지배했던 원나라 세력이 세금으로 거둔 물자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제주 마(馬)를 공출했던 포구로 제주지역의 해양문화유산중 하나다. 그런만치 포구의 정비 사업은 신중히 진행해야함이 마땅하다. 옛 전통 포구를 정비하는 과정과 결과는 현재를 사는 지역 주민과 그 가치가 공유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천적 의미를 가진다.

망장포구와 같은 역사 자연문화유산은 과거 사실 자체로 현재의 우리를 과거로 통하게 하고 우리 미래의 보장과 발전을 지향하게 한다. 문화유산의 존재 가치는 과거에 실재했던 역사와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임과 동시에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을 위한 교육적 활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망장포구의 정비는 그런 방향이어야 한다. 그래서 역사와 자연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와 공감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몇가지 편의사업 시설을 조성해 관광소득을 창출하는 데에만 목적을 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보고 잘한다 잘한다 하니 행주에 풀한다’라는 옛말이 있다. 그동안 제주도 어촌특화사업을 ‘잘한다 잘한다’ 하니 옛 포구에다 풀칠 하려는 것인가.

기암 바위를 허물고 그나마 남아있는 천년 옛 포구를 훼손해 어떻게 할건가. 빠듯한 예산으로 어촌 특화사업을 벌이고 있는 제주도의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오는 6월을 준공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사업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해주기 바란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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