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봄이 반갑지 않다는데
‘미세먼지’로 봄이 반갑지 않다는데
  • 제주일보
  • 승인 2018.03.2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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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모처럼 화창한 주말이었으나 시민들은 봄이 반갑지 않았다. 공기 흐름이 느려져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춥고 눈이 내려도 차라리 찬바람이 거세게 불 때가 나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만큼 지금 우리의 환경 현실은 암울하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제주의 미세먼지 농도가 주말 내내 ‘나쁨’ 수준에 머물렀다. 토요일인 지난 24일 제주권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미세먼지(P.M.-10) 92㎍/㎥, 초미세먼지(P.M.-2.5) 66㎍/㎥으로 종일 ‘나쁨’ 수준이었다. 일요일에도 미세먼지 94㎍/㎥, 초미세먼지 63㎍/㎥로 역시 ‘나쁨’ 수준이었다.

환경부는 이날 전국 지자체에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긴급조치를 요청했다. 거리에 청소차를 투입하고, 대기 배출시설 운영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미세먼지주의보 발령과 시민들에게 미세먼지 관련정보를 제공토록 했다.

하지만 이 조치들이 실제 유의미한 미세먼지 저감 및 대응이 되었는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정부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경유값 인상에다 ‘고등어 구이 금지’ 같은 언발에 오줌누기식이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위험’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야외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41개국 중 가장 나빴다. 또 한국의 대기오염 조기 사망률이 2060년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0만명 당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체내에 쌓여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각종 암과 조산, 치매 등을 유발하므로 ‘침묵의 암살자’로 통한다.

그러나 공기가 나쁘다고 숨을 안 쉴 수는 없다.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재난’으로 여겨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얼마만큼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자나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분석한 자료만 있을 뿐 종합적인 연구물이 없다.

중국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이 국내 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견해는 학자마다 상당히 다르다. 이처럼 근본 원인을 잘 모르니 대응과 대책이 중구난방이다.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이나 차량 운행 제한 등의 방안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시해도 국민 반응은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우리 정부가 중국에 미세먼지 절감 대책을 강하게 주문하기도 어렵다. 각계 전문가를 불러 모아 과학적 원인 진단과 창조적 해법을 찾아내야 하고 국가 차원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실천해나가야 한다. 이대로 살 수는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최우선 가치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것이라면 지금 이 문제 대책에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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