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체감과 '따로 노는' 미세먼지 경보
시민 체감과 '따로 노는' 미세먼지 경보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03.2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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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기오염 측정소 4곳 중 3곳 기준보다 높이 설치돼
제주일보 자료사진

[제주일보=현대성 기자] 지난 주말 산행에 나선 시민 강모씨(28)는 깜짝 놀랐다. 평소 오름에 올라 보여야 할 풍경 대신 뿌연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미세먼지 심하다는 얘기 없어 아무 생각 없이 오름을 올랐는데 하늘이 뿌옇게 변해 깜짝 놀랐다”라며 “미세먼지가 심한 것 같은데 이를 알리는 문자도 오지 않아 까맣게 몰랐다”라고 토로했다.

주부 김모씨(50)도 “빨래 널러 밖에 나갔다가 먼지가 너무 심한 것 같아 집 안 건조대에 빨래를 널었다”라며 “밖에 나간 아이들에게 빨리 오라고 독촉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24일과 25일 제주지역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미세먼지(P.M.-10) 92㎍/㎥, 87㎍/㎥, 초미세먼지(P.M.-2.5) 66㎍/㎥, 57㎍/㎥로 모두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주의보 기준(미세먼지는 15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할 때, 초미세먼지는 9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할 때)을 넘지는 못하면서 시민들에게 미세먼지 관련 문자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이처럼 미세먼지 경보 기준과 시민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수준이 동떨어지면서 경보 기준을 완화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대기 측정소 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환경부가 올해 대기오염측정망 설치 운영 지침을 개정해 대기오염 시료채취구 높이를 지상 1.5m 이상~10m 이하로 규정했지만 제주지역에 설치된 측정소 4곳 중 3곳은 지침보다 높은 곳에 측정소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26일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제주시 연동과 이도동, 서귀포시 동홍동에 설치된 측정소는 지상 약 15m 높이, 성산읍 측정소는 지상 10m 높이에 대기오염 시료채취구가 설치돼 있다.

제주지역 측정소 4곳 중 3곳은 설치 지침보다 높은 곳에 측정소가 설치된 것으로, 시민이 호흡하는 높이를 약 2m로 계산했을 경우 7배 이상 높은 지점에서 대기오염이 측정되고 있다.

시민 체감과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측정소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국은 측정소 높이를 낮출 경우 주변 건물의 간섭으로 기류가 변해 데이터가 왜곡될 수 있고 마땅한 이전 장소도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제주시에 설치된 측정소는 고층 빌딩이 밀집한 지역으로 측정소 높이를 낮추면 데이터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측정소를 옮기는 것은 데이터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동홍동의 경우 측정소가 설치된 건물 전체가 철거될 예정이기 때문에 측정소 이전 장소를 알아보고 있다”라며 “새 측정소는 지침에 부합하는 장소에 설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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