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냄새'
'돈 냄새'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03.25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폭군 네로에 이어 베스파시아누스가 로마 황제 자리에 올랐다.

백성과 기름은 짜면 짤수록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오줌에도 세금을 매겼다’는 일로 특히 유명하다. 무슨 말이냐하면, 양모업자들이 공중화장실에 모인 오줌을 가져다 양털을 세탁하고 표백했는데, 여기에다 세금을 물린 것이다.

당시에는 비누가 없어서 소변을 세척제로 사용했다.

소변의 암모니아 성분이 기름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아들인 티투스가 “오줌에까지 세금을 매기는 것은 너무 냄새가 역겹다”고 하자, 베스파시아누스는 그의 코에 동전을 들이밀며 “(오줌) 냄새가 나느냐”고 물었다.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Pecunia non olet)는 라틴어 격언이 여기에서 나왔다.

정말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걸까.

▲몇 년 전에 개봉돼 화제를 모았던 영화 ‘돈의 맛’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장면은 재벌가 백 씨 집안에 마련된 현금을 쌓아둔 ‘돈의 방’이다.

백 씨 집안 사람들이 정치인들과 거래하면서 뇌물을 주기 위해 현금을 쌓아두는 방인데 제작진은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실제로 5만원권 5만장, 100달러권 5만장 등 총 82억 원을 빌려와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보기만해도 좋았을 것 같지만, 실제 경험을 했던 이들에 따르면 ‘돈 냄새’가 아주 지독했다고 한다. 스태프 중 어떤 사람은 머리가 빙빙 돌았다고 하니까.

또 지난 일이지만 김제 마늘밭에서 불법 도박자금 110억여 원이 5만원권 다발로 포장돼 발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들에 따르면 돈다발에서 아주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한국조폐공사가 돈을 만들 때 위폐(僞幣)와 해충(害蟲) 방지를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흔히 우리가 돈 냄새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 약품 특유의 냄새다.

이 약품의 성분에 대해서는 위폐범들이 흉내낼 수 없도록 극비(極秘)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이 돈 냄새 좋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고약하다고 한다.

그런데 조폐공사가 1983년 6월11일 발행한 1000원권(2차)에는 화폐 지질강도를 높이기 위해 동물 뼈와 가죽 등을 재료로 만든 특수 아교를 사용했다가 너무 지독한 냄새가 났다.

퇴계(退溪) 이황선생과 도산서원을 배경으로 디자인된 일명 ‘똥 돈’이라고 불리는 천원짜리가 바로 이 돈이다.

이 돈에서 똥 냄새가 나자 특수 아교사용을 중단했다.

하지만 돈 냄새는 성공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폐(廢)달러를 갈아 넣어 만든 향수가 개발돼 병당 35달러(약 4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고한다.

그렇고보면 돈 냄새는 사람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달리 느껴지는가 보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을 이렇게 분류한다.

정치적 신분 상승이 제도적으로 막힌 사람들, 즉 천민·노예출신, 유대인들이었다고 기록한다.

정치 사회적 성취 대신 돈의 성취를 이뤄냈다.

그런데 보통사람도 아니고 우리 대통령이, 돈 냄새를 쫓은 때문에 포승줄에 묶이고 있으니 이건 참담한 일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이제 국민은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포승에 묶여 법정에 출두하는 장면을 지켜보게 됐다.

게오르크 지멜은 돈은 사람의 삶속에서 ‘최종 목적’이 되어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신(神)의 지위’까지 올랐다고 했지만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떠나는 길에는 다 내려놓아야하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은(이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해서) 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중생(衆生)은 슬픈 존재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입니다. 미리부터 이런 연습을 해두면 떠나는 길이 훨씬 홀가분할 것”이라고 한 법정스님의 말이 생각난다.

그의 가르침대로 오늘 아침에는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깃든 삶의 향기를 찾아보아야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