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바퀴에 몸을 맡기면 추억이 쌓인다
구르는 바퀴에 몸을 맡기면 추억이 쌓인다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8.03.23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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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대는 봄바람 '라이딩 계절'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제주의 봄이 ‘밀당’을 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과 얼음이 녹고 싹이 트는 우수(雨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春分)도 지나 봄이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봄을 시샘하듯 막바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는 겨울을 붙잡고 있다.

그러나 ‘달은 차면 기울고 물도 차면 넘친다’는 옛말처럼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유채꽃은 벌써 피었고, 비가 그치면 벚꽃이 본격적으로 피어날 기세다.

제주의 봄 정취를 오감으로 느끼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을 다녀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따스한 봄바람을 만끽하며 자연이 선사하는 절경을 한껏 느끼다보면 기분전환은 물론이고 건강관리도 절로 된다.

▲푸른 바다 친구 삼아 달리는 환상자전거길=바람 속 섞여오는 파도소리를 음악 삼아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조성된 ‘환상자전거길’을 달리다보면 봄은 벌써 내 옆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2015년 개통된 환상자전거길은 약 234㎞의 해안길을 따라 제주 한 바퀴를 일주할 수 있다.

이 자전거길은 제주의 각양각색 해변을 둘러볼 수 있는 총 10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10개 지점마다 인증센터가 있어 지나온 길을 확인할 수도 있고, 나아갈 길의 정보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자전거길 인증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스탬프도 찍을 수 있다. 인증수첩은 제주도관광협회 공항안내소와 제주항 안내소에 비치되어 있다.

환상 자전거길은 용두암에서 시작해 다시 용두암으로 끝맺는 코스다. 이 거리를 다 돌려면 전문가 기준 약 16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일반인들은 하루에 4시간에서 8시간씩 체력에 맞춰 달리는 것이 좋다. 

△용두암~다락쉼터(약 21㎞) △다락쉼터~해거름마을공원(약 21㎞) △해거름마을공원~송악산(약 35㎞) △송악산~법환바당(약 30㎞) △법환바당~쇠소깍(약 14㎞) △쇠소깍~표선해변(약 28㎞) △표선해변~성산일출봉(약 22㎞) △성산일출봉~김녕성세기해변(약 29㎞) △김녕성세기해변~함덕서우봉해변(약 9㎞) △함덕서우봉해변~용두암(약 25㎞)

▲자전거 대여와 수리=도내 자전가 대여점의 평균 대여료는 1일 기준으로 하이브리형 이하 1만원 내외, 고급형은 1만 5000원~2만원, 로드바이크나 MTB는 3만원 정도이다.

용도와 목적에 맞는 자전거를 선택한 뒤 대략적인 코스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제주시는 인터넷 회원으로 가입을 한 만 15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자전거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또 주말에는 탑동광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자전거를 빌려 달릴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타이어와 변속기 고장, 체인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미리 자신이 둘러볼 코스 주변에 있는 자전거 수리점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제주시내와 서귀포시내에는 수리점이 있지만 외곽으로 갈수록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자가정비 요령을 익히고, 필수 휴대장비를 갖추어 놓으면 보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제주시종합경기장 내 오라소방서 북쪽에 마련된 제주시 자전거수리센터는 방문객들에게 무상점검과 실비수리를 해준다.

수리센터를 방문하기 힘든 시민을 위해 시청과 읍·면, 학교 등을 방문해 자전거를 수리해주고 있다.

자전거 예찬론자인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은 산문집 ‘자전거여행’에서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라고 했다.

길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은 길 위로 흘러나가지만, 함께 했던 가족과 연인·친구들과의 추억은 몸속에 깊이 남을 것이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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