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홍수영 기자] 현재 시행 중인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대폭 손질돼 다음 달부터 병류와 스티로폼, 캔, 고철류는 매일 버릴 수 있게 된다. 플라스틱과 종이류도 격일제 배출로 바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민 불편 해소를 제도 개선 이유로 밝혔지만 진통 끝에 정착 단계로 접어들어 효과를 보이고 있는 제도를 1년도 안돼 궤도 수정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2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과도기적 조치였다”며 “앞으로 분리배출 원칙 아래 도민 불편을 적극 줄여나가겠다”면서 재활용품 배출제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는 개선방안은 재활용품 품목별 배출 요일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병류와 스티로폼, 캔, 고철류는 배치된 전용용기에 매일 배출할 수 있게 된다. 플라스틱도 월·수·금·일요일, 종이류는 화·목·토요일 등으로 격일제로 확대 운영된다.
불연성 쓰레기는 화·토요일에, 비닐류는 목·일요일에 각각 버릴 수 있도록 했다. 배출시간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와 맞물려 연내 재활용품도움센터 200곳 확대 설치, 관광객 등에 대한 환경부담금 도입을 위한 제도개선, 일회용품·과대포장 제조·사용업체 부담금 부과 검토 등이 추진된다.
제주도는 도민 불편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해 7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전면 시행 이후 9개월여 만에 매일 또는 격일제 배출로 대폭 완화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분리에서부터 수거·처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제도 도입 이후 재활용률은 2016년 53.4%에서 지난해 56.7%로 향상됐다. 또 폐비닐 재활용량이 1년새 3.5배 증가하는가 하면 급증하던 쓰레기 매립량이 20% 줄면서 매립률 역시 2016년 23.2%에서 지난해 18.8%로 크게 떨어졌다.
이처럼 제도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효과도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사실상 매일 또는 격일제 배출로 완화하면서 쓰레기 감량 효과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재활용품 매일·격일제 배출이 시행되면 혼합 배출 증가로 인해 수거비용 증가 및 처리 효율성 하락 등의 부작용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매일 배출되는 병과 고철류, 캔, 스티로폼 등은 수거차량 및 인력 등의 한계로 인해 당일 수거되는 것이 아니라 요일별로 수거할 방침이어서 당초 ‘당일 배출·당일 수거’라는 클린하우스의 취지까지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관계자는 “요일별 배출 품목 확대는 혼합 배출되더라도 비교적 분류가 쉽고 재활용 품질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했다”며 “매일 배출 품목은 전용 수거함을 활용할 계획이어서 무리없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win1@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