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오감(五感)의 생명력을 넣다
컴퓨터에 오감(五感)의 생명력을 넣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3.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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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제주한라대 컴퓨터정보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인간이 발명한 기기가 많지만 그중 증기기관과 전기는 인류 문명의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제3·4차 산업혁명의 정보와 기술 융합사회의 기반이 되는 기기, 컴퓨터 역시 인간의 삶과 사회 제 영역에 지대한 변혁을 가져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소위 2년 단위로 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로버트 J 고든의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책에서 종말을 고했다고 지적을 하고 있지만, 컴퓨터의 데이터 저장 능력, 연산처리 및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급속도로 발전해 컴퓨터는 인간의 삶의 절대적 기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쩌면 차세대 컴퓨팅 기술은 저장성 위주의 칩의 성능이 아니라, 클라우딩 컴퓨터 환경으로의 진입에 따른 네트워크 성능 개선이 핵심이라 여길수 있다.

인터넷 상용화로 포털 중심의 일방 단방향성 정보 제공에서 사용자들의 참여와 공유, 개방의 사회적 연결성이 중요시 되는 웹 2.0 시대를 지나 현재, 개인화, 지능화와 상황인식의 웹 3.0 시대의 사용자 개인 맞춤형 웹정보 서비스가 일반화되는 시대이다. 정보가 지식으로, 지식이 모여 집단 지성이 발현되는 지능사회이기도 하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글자, 이미지와 영상 등이 가미된 멀티미디어 정보가 끊김없이 빠른 속도로 전송되고 있고, 인터넷 상의 각종 정보에 대한 그 전파성과 파괴력은 가히 가공할 정도이다.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네티즌 간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찬·반 공방이 치열하고, 종국엔 이른바 정·반합 과정이 사이버 상에서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이 기기를 사용함에 있어서 각 기기 도구별로 고유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있다. 컴퓨터인 경우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전부이다. 이에 몇 년 전부터 IBM을 비롯한 굴지의 IT기업들과 세계 유명 대학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입출력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지닌 오감인식 컴퓨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른바,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와 맛을 아는 인간의 오감 기능을 컴퓨터에 접목하자는 것이다. 인간의 감각-감성-감정 표출의 뇌의 신경망 구조를 컴퓨터 시스템의 입력-중앙처리-출력 장치와 매칭시켜 인간의 뇌의 활동처럼 컴퓨터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인식토록 하는 연구이다. 개인 효용 극대화에 가치를 둔 STEEP 소비 분석에 기초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미래유망 ICT 지식서비스 에코시스템 구축 보고에 의하면 오감반응 사회(2020), 감성표현 사회(2025),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2030)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간의 촉각을 컴퓨터가 인식한다면 컴퓨터 모니터에 손을 터치해 쇼핑몰의 재질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의사가 환자의 몸을 마치 만지듯이 원격 진료가 가능하다. 시각 인식이 가능하다면 환자 유형별 엄청 분량의 병력 자료를 분석해 환자의 영상자료와 비교·분석해 보다 더 정교하게 특정 환자에게 맞춤형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가 있다. 청각 역시, 인간이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감별해 지진 및 해일, 산사태, 화산 분출 등을 사전에 예감, 재난을 예방할 수 있다. 미각이나 후각을 인식한다면 재료의 신선도를 파악하고 영양식 등의 최적의 식단 메뉴를 제공할 수 있겠고, 체취에 따라 사람의 건강 유무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컴퓨터가 오감을 인식한다면 비단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산업의 제 분야에서 그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여길 수 있고, 인간의 삶의 질 역시,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 여길 수 있다.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 자율주행차, 사람의 음성에 따라 TV가 작동되는 음성인식 모듈 TV,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선보인 40개국어 통·번역 솔루션 ‘만통’ 등이 부분적 오감 기능을 탑재한 기기 및 서비스의 예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사고와 추리 능력 이상을 지닌 컴퓨터의 출현이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일면도 있다. 허나, 인간과 복제 인조인간 간의 ‘인간 정체성’의 고민을 다룬 ‘블레이드 러너 2049’ SF 영화에서 가짜와 진짜 인간의 구분은 영혼과 생명력의 존재 여부에 있다 했다. 어쩌면 인간과 같은 영적 생명력 기능을 지닌 전적인 컴퓨터 기기의 출현은 요원한 과제가 아닐까 여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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