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왕국 수호했던 거대하고 강력한 ‘요새’
독립왕국 수호했던 거대하고 강력한 ‘요새’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3.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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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33)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6>-메헤랑가르 요새
인도에서 가장 큰 요새 가운데 하나인 메헤랑가르 요새는 인적 없는 타르사막 위 122m 높이로 솟은 사암 언덕 지대에 세워져 있다. 성벽 높이는 36m, 너비는 20m에 달한다.

[제주일보] 성 안이 너무 넓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방향을 잃어버려 어느 쪽으로 가야 정상적인 관람코스인지 찾을 수가 없네요. 멀리 일행 중 키가 큰 김 선생 모습이 언뜻 보이는군요. 같이 다녀도 충분히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괜히 설치는 모습 같아 미안스럽기도 하네요. 성 안으로 들어서니 옛 왕들이 사용했던 가마와 칼 등 유물들이 전시돼 그 옛날 찬란했던 시절을 느껴 볼 수 있습니다.

라자스탄의 수많은 도시들과 같이 조드푸르도 작은 왕국에서 시작했다는군요. 1495년 말와르(Malwar)왕조 출신의 라오 조다가 조드푸르에 독립왕국을 세우면서 도시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한 때 구자라트와 중계무역을 독점하며 라자스탄 면적의 4분의 1을 관할 하에 두기도 했지만 무굴제국이 쇠퇴한 18세기 이후에는 동인도회사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며 생존을 보장받는 등 근근히 연명하는 수준에 머물기도 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1949년 인도연방 가입과 라자스탄 주로 편입된 이후 조드푸르는 다시 급부상하며 제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드푸르는 라자스탄 제일의 군사 도시이기도 하답니다.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도 돌아서면 잊어 버려 꼼꼼히 메모를 하지만 사진 찍기에 바빠 돌아다니다보면 빼먹을 때가 많지요. 다행히 일행 중에 자세히 기록을 하는 분이 있어 숙소에 돌아오면 빌려 정리를 하곤 합니다.

요새 건물의 창문틀까지도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깎아 만들었다. 인도 건축예술에 감탄이 절로 난다.

기록에 따르면 1459년 마르와르의 열다섯 번째 라토르 군주인 라오 조다는 수도를 안도르에서 보다 더 방어가 수월한 곳으로 옮겨야겠다고 결심, 9㎞ 남쪽으로 떨어진 새로운 도시에 요새를 세우는 작업을 시작했답니다. 이 거대한 요새가 메헤랑가르 요새이고, 도시는 그의 이름을 따 조드푸르가 됐답니다.

인도에서 가장 큰 요새 중 하나인 메헤랑가르 요새는 인적 없는 타르사막 위에 122m 높이로 솟아 있는 사암 언덕 지대에 서 있습니다. 요새의 성벽은 높이가 36m, 너비가 20m에 달하고 성벽에 볼록 튀어나오게 쌓은 101개의 능보가 중간에 서있다는군요. 성문은 7개로, 첫 번째 관문에 박혀 있는 대못은 코끼리를 이용한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것이라네요.

거대한 요새 설비 안에는 여러 개의 아름다운 궁전들이 있는데 정교하게 조각된 석조 세공과 선조(線條) 세공을 한 아름다운 사암 창문들, 꼭 필요한 그늘을 제공해 주는 널찍하며 서로 교차되는 안뜰들로 명성이 높다고 합니다.

요새 안에 있는 갤러리에는 옛 왕들의 가마 등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이 요새는 이제 아무도 살지 않지만 여전히 조드푸르의 마하라자의 소유라는군요. 궁전 안에는 무굴제국 예술작품, 민속악기, 터번, 갑옷, 코끼리 가마, 세밀화, 가구, 의복 등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갤러리들이 있습니다. 실내를 돌아 본 후 옥상으로 올라갔더니 또 다른 조드푸르 시가지와 멀리 마하라자 우메이드 성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예정시간에 맞춰 성 밖으로 나왔더니 언제 왔는지 일행들이 먼저 나와 있군요. ‘들어 갈 때는 제일 먼저고 나올 때는 가장 늦게 나온다’는 농 섞인 지적을 받았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면 늦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일행에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순백의 건축물인 ‘자스완트 타다 기념관’. 왕족 화장터 옆 호수가에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치 물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궁전같은 건물이 있답니다. 순백의 건물로 그 자체로도 고귀해 보입니다. 왕족의 화장터였던 바로 옆에 있는 ‘자스완트 타다 기념관’으로 가까이서 보니 정교한 문양의 돔을 얹은 샤트리(Chhatri)라는 인도의 건축양식으로 지어 졌습니다.

메헤랑가르 요새를 둘러보고 온 터라 이 건물이 또 다른 느낌을 주는군요. 기념관 안에는 노인 악사가 있는데 꽤 낭만적이고, 화사한 사리(인도 전통의상)를 두른 인도 여자들은 하얀 건물과 어울립니다. 기념관 앞에 옛 왕족의 화장터가 우뚝 선 메헤랑가르 요새를 향해있습니다.

기념관 안에서 한 악사가 꽤 낭만적인 연주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안개 낀 날 요새를 바라보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합니다. 안개 대신 미세먼지 때문인지 시가지 등이 마치 황사가 낀 것처럼 뿌옇군요. 아참, 이곳이 인도 서부지역 최대의 타르사막 한가운데라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니 서둘러 버스가 있는 곳으로 가자는군요. 저는 메헤랑가르 요새의 원경을 찍고 가자고 했지만 점심 예약 시간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며 그냥 가잡니다. 아까 올라 올 때 차 안에서라도 찍었어야 하는데 내려 올 때 세운다는 말에 안 찍었더니 크게 후회를 하게 되네요.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기 때문에 점심을 빨리 먹어야 한다는데 저만 고집부릴 수가 없군요. 달리는 차 안에서 자꾸 고개를 돌려 메헤랑가르 요새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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