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의 무게
자리의 무게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8.03.14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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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현봉철 기자]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범죄 혐의를 보면 그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많은 잘못을 했다.

지난 5일 여비서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이튿날 도지사직을 사퇴했다. 한때 대통령을 꿈꿨던 사람이 앉았던 자리는 이제 주인이 없다.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개가 ‘사는 것, 그 자체’라고 답한다.

사는 것은 삶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다. 직장 등 조직생활은 자리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불행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사표를 던지기도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어떤 직위에 오르면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는 말이다. 자리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니 어느새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됐다는 말이다. 물론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일이다.

실제 영화 ‘킹스 스피치’의 실존 인물인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는 말 더듬는 버릇을 고쳐 2차 세계대전 중 국민을 단결시키는 지도자로 거듭났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웹툰 ‘송곳’에 나오는 대사이다. 사람의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단지 ‘자리’가 바뀌면서 보고 듣는 것이 달라지고,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자리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자신이 맡은 자리에 맞는 책무를 다하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비단 정치인만이 아니라 직장인 등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 맞는 일과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고심한다. 나는 ‘나의 자리’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가.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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