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궨당이 아니라 편 가르기다
문제는 궨당이 아니라 편 가르기다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8.03.13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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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현종 기자] 사회현상 중에 일반화의 오류가 있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와 맞물려 국민들은 말 그대로 포비아(공포증)에 휩싸였다. 정부가 살충제 성분에 오염된 계란을 매일 126개까지 섭취해도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했지만 공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생존자 편향의 오류도 비슷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적의 공격을 받고 귀환한 전투기를 분석해 주날개와 꼬리날개에 총탄이 집중된 점을 발견했다. 격추를 줄이려면 이곳을 보강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하지만 한 수학자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전투기 엔진과 조종석에 적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돌아올 수 없다는 점을 간파했다. 편향된 데이터로 인한 오류를 짚어낸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일반화의 오류나 편향의 오류로 인한 진실의 왜곡이 적잖은 게 사실이다.

제주에서 선거 때만 되면 필승을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이 당 저 당 해도 궨당(권당)이 최고”다. 궨당이란 혈족, 친족을 뜻하는 제주방언으로, 좁은 지역사회에서 안면만 있으면 “사돈에 팔촌으로 걸린 궨당”이라고 할 정도니 이웃보다 넓은 개념이다.

바야흐로 선거철에 접어드니, 미상불, 궨당이 도민들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선거 때마다 궨당이 도민사회에 회자되는 만큼 폐해도 많았다. 문제는 궨당과 선거의 상관관계에 대한 오류다. 사실 궨당은 정책선거를 부정하는 못된 정치세력에 의한 편 가르기에 악용됐을 뿐이다.

궨당이란 말도 잿밥에만 눈 먼 세력에게 농락당한 결과 의미가 굴절되고 있다.

선거 악습을 청산할 때다. 궨당은 온전한 뜻으로 회복시켜놔야 한다. 궨당문화야말로 성장통‧난개발로 분열된 제주사회 여론을 모으고 도민 공동체를 회복시킬 최후의 보루 아닌가.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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