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군·경 주둔유적 더 방치해선 안 돼
4·3 군·경 주둔유적 더 방치해선 안 돼
  • 제주일보
  • 승인 2018.03.1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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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관덕정, 진아영 할머니 삶 터, 무등이왓, 섯알오름, 백조일손지묘, 너븐숭이, 낙선동 성터, 동백동산(도틀굴, 반못굴). 제주 4·3의 아픈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적지다.

제주에는 현재 대략 600개소에 육박하는 4·3유적지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들 유적지 가운데 원형이 제대로 보전된 곳은 흔치 않다. 상당수 유적지는 외진 곳에 흔적만 남은 채 방치되고 있다.

제주 4·3사건 당시 주민들을 동원해 지었던 경찰 주둔소가 또 발견됐다. 서귀포시 도순동 법정악과 색달동 모라이오름에서 발견된 이 주둔소는 그동안 존재는 거론됐지만, 실체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2년째 제주 4·3유적지 발굴사업을 벌이고 있는 제주불교청년회는 최근 서귀포시 도순동 법정사지 인근 목장에서 1000㎡ 규모의 4·3 당시 경찰 주둔터를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된 경찰 주둔소는 기존에 발견된 주둔소와 달리 주둔소 외곽을 둘러싼 성터인 회곽도가 옛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남원읍 신례리에 소재한 4·3유적지인 수악주둔소에 대해 문화재 등록을 심사하고 있다. 수악주둔소는 제주 4·3당시 군경이 무장대를 진압하기 위해 1950년까지 사용했던 곳이다. 이에 앞서 제주도는 2016년 5월 수악주둔소를 등록문화재로 신청했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원형보존이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수악주둔소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 이는 제주 4·3유적 가운데 첫 번째가 된다.

원형이 상대적으로 온전하게 보전된 수악주둔소와 달리 이번 서귀포 도순동 색달동 인근에서 발견된 경찰 주둔소 유적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엔 많은 4·3관련 유적들이 방치돼 있다. 지금까지 4·3유적지 발굴은 피해자의 학살터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게 사실이다. 이는 국가공권력에 억울한 피해를 당한 희생자들의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주기 위한 당연한 결과다. 그렇지만 4·3당시 군이나 경찰 주둔소 관련 유적에 대해서도 발굴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제주 4·3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활용할 필요는 충분하다.

그동안 제주 4·3 관련정책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나아가 최근에는 4·3에 대한 배·보상을 중심으로 하는 4·3특별법 개정 문제가 중심에 섰다. 이와 같은 수준으로 다뤄져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바로 4·3 유적에 대한 역사적·사료적 가치 부여 사업이다. 갈수록 가속화 되는 제주 4·3유적의 훼손은 어떤 경우에도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방치된 유적들을 보전하는 실질적인 대책들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 4·3 추념식을 비롯해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4·3의 역사를 후세로 연결시키는 통로인 4·3 유적 보존·관리의 중요성은 이보다 더하고도 남음이 있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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