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은 한국사회 민주화 단계만큼만 진상규명”
“제주4·3은 한국사회 민주화 단계만큼만 진상규명”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3.12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운동가 박성인씨 육지사는 제주사름 강연…“제주, 변방의식에서 ‘가장자리’돼야”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30여년간 노동운동을 하다 청정제주농업 모임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주출신 박성인씨(58)가 ‘노동운동 시선으로 보는 제주4·3항쟁’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지난 10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열린 육지사는제주사름(대표 박찬식) 월례강연에 나선 박 위원장은 자신을 “4·3당시 생이오름에서 군경에 의해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행불자인 샛아버지(숙부)를 둔 유족”이라고 소개한 뒤 제주도를 도보여행했던 1982년 제주4·3의 참상과 살아남은 제주사람들, 제주민중에 대한 인식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노동운동을 하다 투옥된 박 위원장은 수감중 1992년 다랑쉬굴 유해발굴 기사를 접한 뒤 ‘4·3은 왜 우리에게 죽음으로만, 참혹한 희생으로만 다가오는가’ ‘죽음은 패해한 결과일 뿐인가’ ‘4·3의 본질은 무엇이며 민중이 주체가 된 자주적인 독립국가 건설을 희망하는 항쟁아닌가’ 등 여러 질문들을 던지며 4·3에 대해 새롭게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4·3의 투쟁과정에서 3·1절 시위와, 제주지역의 90%가 넘는 파업참여율을 기록한 3·10총파업은 제주도민이 내재됐던 투쟁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러나 노동운동적 관점에서 보면 노동현장과 지역차원에서 조직적이고 공세적으로 공고하게 구축해 나가지 못했다는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제주4·3특별법제정 이후 2000년대까지 진상규명 활동은 인권, 평화, 상생 측면에서의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민중항쟁으로서의 4·3은 여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진전만큼만 진상규명되고, 그 만큼만 4·3정신이 계승돼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이 노동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4.3진상 규명과 4.3항쟁 정신 계승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지금도 한반도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꿈꾸고 있고, 지난 35년간 노동운동을 해왔던 스스로에게 ‘4.3항쟁’에 대해 ‘왜 4.3항쟁은 패배했는가? ‘4·3항쟁 정신을 21세기에 계승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뒤따라가면 고립되고, 고립되면 피해자로만 남는다”며 “제주도는 지금까지 ‘변방’의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가장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제주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부딪히는 곳, 동북아 세력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곳, 자본의 욕망과 대안적 삶에 대한 바람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곳으로 이 가장자리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패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제주제일고와 연세대 사회학과에 입학, 다산보임사건으로 구속(1986년)됐다 석방된 후 노동운동을 계속해오다 현재 제주에서 청정제주농업 모임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