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명의는 어디에 있나요?”
“선생님, 명의는 어디에 있나요?”
  • 제주일보
  • 승인 2018.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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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호. 정형외과 전문의

[제주일보] 이 병원, 저 병원 다녀도 안 낫는 환자들이 푸념 섞인 질문을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상태를 물어보면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

“언제부터 아팠어요?” “오래 됐어요.”, “어디가 아파요?” “안 아픈 데가 없어요.”, “아픈 데를 한번 짚어 보세요?” “어디가 아픈지 나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아프세요? 뻐근하세요? 아니면 전기 오듯이 저릿저릿 하세요?”, “그냥 아파요.” “다른 병원에서는 무슨 진단을 받고 치료하셨어요?”, “몰라요, 그냥 물리치료만 해주던데 받아봐야 낫지도 않아요.”

그나마 이런 말이라도 해 주면 다행이다. 아무 대답도 없이 한 숨만 쉬는 환자도 있다. 물론 몸이 아프니 짜증나고 말할 기운도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환자 얼굴만 보고 진단해서 치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병원에 온 것은 아픈 것을 낫기 위해서 아닌가. 그러면 의사가 제대로 진단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세세하게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암, 심장, 당뇨병과 달리 근 골격계 통증 질환은 더욱 그렇다.

우선, 언제부터 아팠는지, 심해진 것은 언제 부터인지, 아플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급성통증과 만성 통증은 진단과정, 검사종류, 치료방법, 기간 및 최종목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어느 부위가 아픈지, 가만히 있어도 아픈지, 움직이거나 누를 때만 아픈지를 본다.

어떻게 아픈지, 즉 통증의 양상에 따라 원인도 달라지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뒷목이 뻐근한 것처럼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는 통증, 움직일 때만 ‘아야, 아야’ 하고 당기듯이 아픈 통증, 겉의 살이 따끔거리고 화끈거리며 벌레 기어가듯이 이상감각성 통증이 그것이다.

얼마나 아픈지는 통증이 없는 상태를 0, 밤에 한숨도 못잘 정도의 극한의 통증을 10이라고 가정하고 그 사이에 몇 점 정도인지 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보통 분만시 산통이 8~9점, 디스크 통증이 5~6점, 단순 근육통이 3점 정도인데, 사람마다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 기준으로 말하면 된다. 다른 병의원에서 치료를 해 보다가 안 나아서 온 거라면, 거기서 무슨 진단으로 어떤 치료를 했는지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병을 진단하는데 기초적인 필수 항목들이다.

사실, 이렇게 세세하게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증상일지를 환자들에게 추천한다. 언제부터, 어느 부위가, 어떻게, 얼마나, 어떤 이유로 아픈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다. 필요하면 그림을 그려도 좋다. 치료받는 과정에서도 그 변화를 기록하는 것이 치료 효과 판정 및 치료 방법 결정에 도움이 된다. 담당의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렇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면 진단율이 높아질 것이고 병은 훨씬 잘 고쳐질 것이다.

명의는 병을 잘 고치는 의사다. 병을 고치려면 왜 아픈지를 알아야 한다. 왜 아픈지 알려면 현재 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언제부터 아팠는지 알아야 한다. 그 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환자 자신이다. 명의를 만나고 싶은가. 그럼 성실하게 증상을 기록하라. 성실한 환자가 명의를 만든다.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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