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전해지던 4·3 경찰주둔소 찾았다
풍문으로 전해지던 4·3 경찰주둔소 찾았다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03.1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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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사 인근 400평 규모 추정 터 등 확인…성벽 둘레길 온전히 남아
10일 오전 제주 4· 3 70주년을 앞두고 서귀포시 도순동 법정악 일대 목장에 4· 3 당시 경찰 주둔지로 사용했던 곳이 발견되어 4· 3관련 단체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 4·3사건 당시 주민들을 동원해 지었던 경찰 주둔소가 추가로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서귀포시 도순동 법정악과 색달동 모라이오름에서 발견된 이 주둔소들은 지역 주민들에 의해 주둔소의 존재가 거론된 적은 있지만 실체가 발견된 것은 최초이다.

특히 이번에 실체를 드러낸 경찰 주둔소 2곳은 시오름·녹하지악 주둔소 등 기존에 발견된 주둔소 4곳과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어 보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서귀포시 도순동 법정사 인근 법정악. 국토정보원의 항공지도와 주민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제주4·3 유적지 발굴 작업을 2년째 실시하고 있는 제주불교청년회(회장 김보성)와 동행 취재에 나선 본지 기자들 앞에 커다란 주둔소 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주둔소 터는 제주4·3 당시 경찰이 용흥리, 도순동, 강정동, 법환동 등 인근 주민들을 동원해 만든 것이다. 발견된 주둔소에는 회곽도(廻郭道·성벽이나 성벽 내외에 성벽을 따라 돌 수 있게 낸 길)와 집터 2개소가 발견됐다.

제주불교청년회는 이곳이 1000㎡(약 400평)  내외 규모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주둔소 집터에서 경찰과 마을주민들이 보초를 서다가 휴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탐방에 함께 했던 한상봉 제주문화유산답사회 제주문화유산해설사는 “기존에 발견된 경찰 주둔소와는 달리 회곽도가 오롯이 보존된 것이 특징”이라며 “4·3이후 경찰이 주둔소를 모두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회곽도가 보존돼 있는 경찰 주둔소는 희귀한 것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모라이오름에서 발견된 경찰 주둔소는 삼각형 모양으로, 주둔소 서쪽과 동남쪽을 잇는 담이 남아 있었다.

이 주둔소는 기존 주둔소와 달리 빗물을 식수로 활용하기 위해 조성한 식수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 해설사는 “이곳은 1949년 3월 경찰이 색달동 등 주변 주민들을 동원해 지은 경찰 주둔소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라며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주둔소를 하천이나 계곡 인근에 조성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은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빗물을 가둬 식수로 활용하는 체계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또 녹하지오름 주둔소와 같이 망루의 흔적이 대부분 남아 있기도 했는데, 자연적으로 생성된 높은 암반을 이용해 망루를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호진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기존 4·3유적지 발굴은 피해자 학살터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며 “군이나 경찰 주둔소 관련 유적을 발굴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해 제주4·3의 종합적 이해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제주 4·3 당시 제주도경찰국은 토벌대의 침식 해결과 무장대와 주민들 사이의 연결을 차단하기 위해 제주도 산간 곳곳에 주둔소를 설치했다. 주둔소는 마을주민을 동원해 석축을 쌓고, 경찰 1명과 마을 청년 5~6명이 상주하며 경계를 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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