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속살' 문화·역사, 자신있게 보여줘야
'제주의 속살' 문화·역사, 자신있게 보여줘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1.2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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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참으로 힘든 3일이었다. 아니, 제주도민들에겐 굉장한 경험이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란 말은 이제는 어울리지 않는 닉네임이 돼버린 것 같다.

제주도 상주인구의 15%나 되는 여행객들이 제주를 탈출하기 위해서 모두가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당연히 비행기의 이·착륙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안을 마련할 수도, 준비된 그 무엇도 없었기 때문에 내륙지방과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향하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도민들 역시 뉴스를 접하면서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이번의 사태에 대해서 마련된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회의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당연하다. 준비됨이 없으면 무엇이 최선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차선인지를 구분할 수 없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대안을 마련할 수 없다.

2004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재난영화 ‘투모로우’가 떠올랐다. 대피 이외에는 어떠한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인간의 환경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이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설정은 너무 진부했지만 감동은 컸던 영화였다.

필자도 무늬는 농사꾼이기에 장기 일기예보를 보는 것이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과 중의 하나다. 충분히 예견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물리적으로 가능한 대비는 전부 했었다고 생각한다. 즉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를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농촌마을에서 개인들이 행했던 모습일 것이다.

공항 대합실에서 아우성치는 수많은 여행객들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대합실에서 노숙 아닌 노숙을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가 지천에 널렸음에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무척 아쉬웠다.

지금 세계는 각 분야의 산업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빅 데이터를 활용해 편의성과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 현 상황에서 디지털이 극대화된 시스템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뜻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1300만명 관광객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떠한 데이터를 갖고 있을까? 관광산업과 관련된 숙박업소, 요식업 등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만 확보하고 그것들의 가동률만 체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엄정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도 많은 마을들이 단체숙박 또는 가족숙박 등 여러 형태의 숙박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이용 상황이나 활용 여부에 대한 데이터는 없었다. 다시는 이번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관련 데이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제주도관광협회, 전세버스업체 그리고 농촌마을의 모든 인프라 등…. 이 모든 것을 데이터화하고 시스템화했을 때 만에 하나라도 올 수 있는 긴급 상황에 조금이라도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향상되리라고 본다.

지난해 1300만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했지만 정작 제주도의 문화와 역사, 정체성이 그나마 남아 있는 진짜 제주의 속살을 경험하고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관광객은 불과 2%도 안 된다. 관광수익의 수혜자와는 거리가 먼 농촌마을일 뿐이다. 제주의 가치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럭셔리한 호텔의 숙소나 수영장 또는 다이닝룸이 아니다.

제주만의 갖고 있는 풍광과 문화가 관광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도시가 아닌 농촌마을에 있다. 그 가치들은 1300만명 아니 설사 20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제주를 방문할 지라도 우리의 상품 가치를 높이지 아니하면 서민의 삶은 피폐해질 뿐이다.

관광 상품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카지노 산업의 육성도 아니요, 영리병원의 유치도 아니요, 휴양단지조성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만의 갖고 있는 정체성과 역사, 문화를 어떻게 포장하고, 패키지하고 우리 도민들이 자신감을 갖느냐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이제 제주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앞에서 잠깐 거론했던 것처럼, 행정당국, 관광공사, 관광협회, 전세버스업체, 그리고 농촌마을들이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을 때 많은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전제돼야 할 필수조건은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서 농촌마을들이 충분히 준비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 농촌의 작부형태도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사철 푸른 우리 들판은 많은 방문객들의 시야를 시원하게 해 주지만 경관농업의 적극 장려나 지원, 마을영농의 시도로 제주도가 주창하고 있는 균일화된 명품 농업의 실현 가능성도 높일 수 있고 유휴 인력을 활용해 우리 역사·문화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해 농촌체험 상품의 질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제주도직제로는 가능치 못한 요인이 너무 많다.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농촌정책, 농촌정책의 기획 및 집행에 관한 왜소한 조직과 인력 부족, 전문 인력의 부재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역량을 모은다면 제주도만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농촌마을들은 너무나 훌륭하고 자랑할 만한 자원을 많이 갖고 있음에도 활용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자. 우리는 자랑스러운 제주도민이라고.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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