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중세풍의 고도’
척박한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중세풍의 고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3.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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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32)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5>-조드푸르에 도착
차를 타고 수시간 동안 타르사막을 달리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조드푸르 성에 도착했다. 멀리서 성 전경을 촬영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빠듯하다고 해 성 입구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일보] 구불구불 골목길을 돌아 나오니 얼마 안 가서 타르사막을 달립니다.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자 사막 곳곳으로 거대한 흙먼지가 날려 앞을 볼 수가 없군요.

앞으로 7시간을 달리면 ‘블루시티’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중세풍의 고도인 ‘조드푸르’에 도착합니다. 타르사막의 관문이라는데 우리는 이미 타르사막에서 체험을 하고 그 중심을 달려가고 있군요.

출발할 때는 조용하던 차 안이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19 70~1980년대 유행했던 노래가 흘러나와 너나없이 합창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길에서 특히 장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면 흔한 모습이기도 하죠. 자진해서 부르는 사람, 또는 지명 받아 부르는 사람…. 노래 종류도 다양해 참으로 오랜만에 젊은 시절의 노래에 흠뻑 취해봤습니다.

노래에 얽힌 추억 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달리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새들이 날아가는 것이 보이네요.

‘그냥 새가 날아가네’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그동안 제주의 생태를 신문에 연재했었기 때문인지 여행을 가서 특히 오지에서는 야생화나 새, 곤충 등을 만나면 사진을 많이 찍곤 합니다. 그러다 동티벳 5400m 고지에서 야생화 찍을 때 호흡을 멈췄다가 고소증으로 혼난 경험도 있었죠.

인도를 ‘신들의 나라’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연의 신비, 그리고 생태의 신비를 간직한 땅이라 할 만큼 수많은 야생동물과 야생화의 천국이랍니다.

인도 키친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재두루미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자 지금은 수십만 마리의 재두루미들이 매년 날아와 장관을 이룬답니다. 이 재두루미를 보기 위해 매년 엄청난 관광객들이 몰려와 인도에 또 다른 관광지가 되고 있다는군요. 언제 기회가 되면 그곳에 한 번 가보고 싶지만 그럴 기회는 없을 듯합니다.

우리 제주도가 청정지역이고 생태의 보고라고 자랑하지만 뚜렷하게 내세울 게 없다는 것은 생각할 점입니다.

멸종 위기에 있었던 노루를 오랜기간 보호운동으로 겨우 번식에 성공했으나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고 해서 위해동물(危害動物)로 지정, 포획 허가를 내줄 정도의 도민 의식이라면 어떻게 청정지역 주민이며, 생태의 보고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인도는 야생동물에 의해 농작물 피해는 물론, 심지어는 인명까지 피해를 입고 있어도 야생동물 보호에 국가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살아 숨쉬는 자연이 없이 어떻게 청정지역이고 생태의 천국이란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웬 생태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지, 저도 모르게 한 무리의 새 떼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도에서 가장 큰 요새 중 하나인 메헤랑가르 요새는 타르사막에 솟아 있는 122m 높이의 사암 언덕에 세워졌다. 성벽 높이가 36m, 너비가 20m에 달하고 일곱 개의 성문이 있다.

멀리 커다란 바위산 같은 곳에 거대한 성이 보입니다. 저 성이 오늘 우리가 갈 조드푸르라는군요. 인도 최고의 고성인 조드푸르는 중세 기사문학에서 뽑아낸 것 같은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성으로 높이 125m 바위 위에 세워져 멀리서 보아도 ‘와~’하고 탄성을 지를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는 고성을 갈 때 마다 꼭 좁디좁은 골목길을 돌아서 가는지 모르겠네요. 우리나라 같으면 왕궁을 가는 길은 아주 넓고 큰 길 일 텐데 어제 본 자이살메르 성도 그랬는데 오늘 가는 조드푸르 성도 좁은 골목길을 돌아 산길로 올라 갑니다. 성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성 전경을 찍으려면 이 부근에서 차를 세웠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시간이 없으니 내려오는 길에 세울테니 그때 찍어라”는군요. 잠깐이면 될 텐데 무심하게 지나쳐 버립니다. 올라가는 길이 너무 좁아 버스를 주차할 공간도 없긴 하네요.

온통 바위투성이 산, 그 위에 거대한 조드푸르 성 앞에 섰습니다. 저는 설명을 듣기보다는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고 얼른 성 안으로 달려갔습니다.

성 곳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현지 주민들은 또다른 볼거리다.

올라갈수록 신비스런 성 모습에 정신을 차릴 수 없군요. 성 곳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현지 주민들 모습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죠.

헉헉거리며 성 안으로 올라서니 멀리 조드푸르 도시가 한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군데군데 파란색으로 칠해진 가옥들이 인상적이군요. 푸른색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조드푸르 시내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점묘화를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그 사연을 듣는 순간, 그 이면에 담긴 차별의 의미를 상기한다면 그럴 수만도 없는 일인 듯합니다. 푸른색 집은 최상층 카스트인 브라만들이 다른 계급의 사람들과 구분하기 위해 일부러 칠해놓은 것이라는군요.

이 큰 성을 정해진 시간에 다 돌아보려면 한참을 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

성에 올라 조드푸르 시내를 내려다보니 군데군데 푸른색의 집들이 눈에 띈다. 이들 푸른색 집은 최상층 카스트인 브라만들이 다른 계급의 사람과 구분하기 위해 일부러 칠해놓은 것이란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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