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 ‘물장사’ 판치는 지하수 행정
농업용수 ‘물장사’ 판치는 지하수 행정
  • 제주일보
  • 승인 2018.03.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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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일보 보도에 따르면 난개발의 영향으로 도시 외곽 농지 등에 들어선 각종 건축물들이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로 불법 전용하는 사례가 늘고있다고한다.

사실 이런 일은 그동안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진 문제다.

그런데 이제는 더이상 모른척 할 수 없게 됐다. 일부 지역의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고갈되면 제주는 끝장난다.

도내에서 지하수를 뽑아쓰는 농업용 관정은 3341곳이다. 공공 관정 909곳, 사설 관정은 2432곳이다. 행정시별로 보면 사설 관정은 제주시 383곳, 서귀포시 2049곳이다.

제주도 지하수는 먹는 샘물 삼다수로 전세계에 알려진 청정수다. 이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이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아까운 지하수 낭비의 한 요인임은 틀림없다.

제주도가 농업용 지하수에도 5년 전인 2013년부터 원수대금을 부과하고있다. 지하수 원수대금 톤당 단가는 가정용 128원, 영업용 291원, 골프장 563원이다. 이는 상수도 사용료의 13~33% 수준이다.

그런데 농업용수는 더 싸서 아이들 껌값수준이다.

농업용수는 1차산업임을 감안해 다른 업종과 달리 토출 구경을 기준으로 월 정액요금제를 적용한다. 토출 구경 50㎜ 이하는 월 5000원에 불과하다. 51~80㎜ 1만원, 81~100mm는 1만5000원만 내면 마음껏 쓸 수 있다. 50㎜ 이하가 거의 대부분이고, 유량계도 없어서 사용량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된다. 이렇게 한달에 단돈 5000원을 내고 마음대로 지하수를 펑펑 마구 쓰는 곳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제주시나 서귀포시 도시 인근을 벗어나면 농업용 관정에서 지하수를 마구 뽑아 생활용수로 쓰는 일이 너무나 비일비재하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이를 보고도 모른 체하고 단속하는 척, 시늉만 한다.

이러니 물 장사가 따로 없는 것이다. 얼마나 시청 단속이 우스웠으면 마을 수리계에서 농업용수를 버젓이 불법 전용해 농촌에 들어선 각종 주거, 근린시설에다가 팔아 먹고 있는가. 제대로 조사를 해보면 기상천외의 일이 다 나올 것이다.

심지어 어떤 곳은 별장식 주거 시설을 농지에 지어놓고 풀장을 만들어서 농업용수로 채우고 있다. 이런 반(反)인류적인 지하수 남용에 대해 하늘이 노해 천벌을 내릴지 몰라 걱정이다.

제주의 지하수를 이렇게 마구 펑펑 쓰다보면 머지않아 전체 지하수 수위가 크게 내려 앉을 것이다. 지하수 수위는 한번 내려앉기 시작하면 회복이 힘들다.

제주도는 우선 농촌지역의 난개발을 억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전체 농업용수 관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농업용도가 아닌 농업용 관정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폐공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불법 전용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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